HR을 업으로 삼은지 거의 26년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HR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었는지 돌이켜 보면 소시오패스가 조직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대응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업무 능력이 있고 사람을 자기 편으로 만들 수 있는 소시오패스는 조직에 큰 해악을 끼친다는 것을 여러 번의 사례에서 경험을 해 왔습니다.
그럼 어떤 사람을 소시오패스라고 할까요? 소시오패스는 공감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입니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의 차이점은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으로 공감능력이 거의 없는 사람이고, 소시오패스는 후천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공감능력을 계속 버려온 사람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예전에 HR하면서 실수를 했던 부분이 어그레시브(aggressive)하고 열심히 해 온 사람을 뽑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채용이 되면 실무자로서는 정말 열심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다가, 주변의 좋은 평판을 받고, 상사에게 추천이 되어 팀장역할을 맡게 되면 자주 아래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 상사에게는 잘 보이고, 아렛 사람에게는 함부로 한다.
- 해당 팀에서 계속 인력이 이탈하는데 나가는 사람이 꼭 이상한 사람이 되어 있다.
- 주변 조직들이 점차 방어적으로 변해가며 협업이 안 된다. 그리고 조직에서 뒷말이 무성해 진다.
보통 이 3가지 경우가 발생하면 수준 차이는 있겠지만, 그 사람이 소시오패스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가정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가, 직장내 괴롭힘 등의 큰 사고가 터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HR에서도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을 하는 것이 소시오패스 성향을 가진 리더가 HR에는 상당히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려 노력해서 징후를 파악하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최근 여러 기업에서 직장내 괴롭힘으로 회사 브랜드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 경우도 많이 보아서 HR에서는 이런 부분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는 일이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예전과 다르게 SNS등으로 다양한 경로로 언로가 열려 있어 이런 대응을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오랫동안 HR을 해 보다 보니 모든 것은 리더 책임이라는 말이 잘 와 닿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발탁해서 쓰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리더들이 인문학에 밝지 못하다는 말은 이런 대목에서 자꾸 발생하는데 보통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인성이 밥 먹여주냐? 좀 모가 났어도 edge(에찌, 능력)가 있어야지!”
그러다가 결국 그 발탁된 친구가 부하직원들에게 함부로 하고 욕심으로 조직을 운영하다가 조직을 말아 먹습니다. 그러면 리더가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을 해야 하는데 그냥 대충 뭉게버립니다. 『당신과 조직을 미치게 만드는 썩은 사과』라는 책에는 왜 리더가 썩은 사과(소시오패스, 소인배)의 옹호자가 되는지 잘 적혀 있습니다.
그렇다면 리더가 썩은 사과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건 왜일까? 많은 사람들이 집단의 생산성을 드높이고 빼어난 발상을 하는 동시에 성격 또한 원만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능력이나 성과가 좋다면 약간의 모난 성격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빼어나면 조금은 삐뚤어져도 괜찮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제는 썩은 사과들이 조직의 성공에 불가결하다는 근거 없는 통념을 버릴 때가 됐다. 썩은 사과는 자신이 성공의 열쇠를 지닌 듯 행동하지만, 이번 연구에 참여한 절반 이상의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썩은 사과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 생산성이 더 뛰어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게다가 썩은 사과의 능력이 뛰어났다고 말한 사람들조차 장기적인 면에서는 조직에 큰 불안을 안겨주며 혼란을 일으키는 역효과를 낳았다고 답했다.
미첼 쿠지, 엘리자베스 홀로웨이. 『당신과 조직을 미치게 만드는 썩은 사과』. 서종기역. 예문. 2011.
이런 경우를 소탐대실이라고 합니다. 최근 브랜드 타격으로 회사 사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은 기업을 여럿 보았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Win-Win하지 못하는 기업은 지속가능하게 생존하기 어렵다는 부분까지 고려한다면 작은 이익을 추구하다가 큰 이익을 날릴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논어』, 『맹자』 등의 유학 경전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군자와 소인의 갈등 관점에서 기술을 합니다. 군자(君子)는 모두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양심적인 리더를 말하고, 소인(小人)은 실무능력은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요즘 말로 하면 소인배, 소시오패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2500여년전이나 지금이 이 부분에서 조직은 유사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럼 대안은 무엇일까요? 공자에게 애공이 백성이 잘 따르게 하는 방법을 묻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답변하였습니다. 2500년전에도 명확히 본질을 보고 계십니다.
“곧은 사람(양심적인 사람)을 들어 굽은 사람(소인배) 위에 놓으면 백성들이 따를 것이고, 굽은 사람을 들어 곧은 사람 위에 놓으면 백성들이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논어 위정편>
저는 여러 조직을 개선하고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경험을 해 왔습니다. 이 때 항상 마음 속에 가지고 행동원칙으로 삼는 것이 위의 이론입니다. 양심적으로 모두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사람을 리더의 자리에 앉히면 신기하게도 빠른 시간 안에 조직이 안정되고 성장의 길로 나아갑니다. 그런데 리더 역할에 자신의 이익만 챙기고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을 앉히면 다른 어떤 대응방안을 마련해도 조직의 핵심인력이 이탈하고, 다른 조직과의 갈등이 벌어지는 일을 막기가 어려웠습니다. 즉, 조직을 변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비법은 올바른 사람을 리더로 보임시키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방법입니다.
그럼 HR담당자들이 소시오패스를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한번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일 먼저 중요한 것은 우선 소시오패스가 조직에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자기성찰지능과 공감능력을 인터뷰시에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쓰는 방법인데 지원자의 약점을 꼭 물어 봅니다. 그 때 말을 돌리고 속시원하게 답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뽑지 않습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공감능력이 낮을 경우가 많습니다. 경영진이나 현업 리더가 꼭 뽑아야 한다고 하면 반드시 문제점을 알리고 뽑습니다. 면접 평가를 기록해 놓았다가 계속 관찰하면서 리스크를 관리합니다.
두번째로는 다면평가를 반드시 실시하는 것입니다. 특히 상향평가를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 계속 관찰을 합니다. 어떤 경영진은 다면평가를 인기평가로 치부할 때가 있지만, 소시오패스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그런데 동료평가는 조금 조심스럽게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시오패스는 동료평가에서 말을 쎄게 하는데, 마음 약한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못해 마음이 상해 조직을 이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소시오패스끼리 좋은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여러 IT기업이 이 방식의 평가로 곤혹을 치른 경우가 많습니다. 법가 사상의 핵심 고전인『한비자』에 보면, 두명의 소인배가 서로 짜고 서로 좋은 평가를 해 버리면 왕은 속을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충분히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잘 챙겨 보시면 좋겠습니다.
세번째로는 양심적인 사람에게 리더 역할을 맡기고, 소시오패스에게는 보직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양심적인 사람들에게 리더를 맡기면 그가 좋아하는 양심적인 사람들에게 그 아래 보직을 맡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빠르게 조직이 안정을 찾아 갑니다. 반대로 자신들이 설 자리가 없고 얻을 이익이 없다고 느낀 소시오패스들이 이탈을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소시오패스에게 보직을 주면 반대로 작용을 하겠지요. 『주역』 중 ‘지수사地水師’라는 괘에 다음의 내용이 있습니다.
소인을 쓰지 마라. 반드시 나라를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小人勿用 必亂邦也) <주역 지수사괘>
어찌 보면 이것이 해결책일 수 있습니다. 일이나 능력은 좋은데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보상을 잘 해주고 실무자로 활용하되, 보직을 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꼭 본인 욕심에 리더가 되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죠. 이럴 때 HR은 경영진에게 리스크를 설명하며 대응하며, 보직을 주는 것을 막을 수 없을 때는 지속 관찰하며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위에서 설명한 내용을 아래와 같이 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표]소시오패스 특성 및 활용 분야
예전에 조선시대에 인사책임자 역할을 했던 이율곡 선생님의 『성학집요』를 읽어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책의 핵심적인 내용도 왕이 소인배를 멀리하고, 군자를 등용하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현실의 왕인 선조는 이 말을 듣지 않았고, 나라는 임진왜란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HR하는 사람들에게 소시오패스는 참 어렵고 힘든 존재들입니다. 양심적으로 대응을 해도 HR담당자들이 뒷말을 들으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대응이 어려워도 소시오패스가 만든 문제를 꼭 바로 잡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조직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리더가 소시오패스를 좋아하냐, 양심적인 사람을 좋아하냐에 조직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봅니다. 누구를 좋아하느냐에 따라서 능력자들이 몰려오기도 하고 떠나기도 합니다. 또한 HR 역할을 하시는 분들이 누구를 좋아하냐에 따라서 조직의 미래가 바뀌기도 합니다. 양심적이고 공감능력있는 리더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는 소시오패스!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가지고 HR을 해 가시면, 일하기 좋은 일터를 만드시고, 조직에 많은 변화를 가져 오실 수 있으실 거라 확신합니다. 모두 화이팅입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HR담당자에게 인문학적 소양은 필수라는것을 한번더 느끼게 되었습니다.과거의 서적 문구를 활용해서 알려주시니 더욱 공감이 되는 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