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타트업이 여기저기 정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스타트업을 리딩하는 많은, 젊은 CHO를 볼 수 있습니다.
일반 기업이었다면 과장급 레벨의 분들이 벌써 CHO 타이틀을 달고 한 회사의 인사를
책임지고 리딩해나가는 모습이 대단해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마도 30대 중후반이나 40대 초반의 분들에게도 종종 인사팀장이나 인사리더 오퍼가
많이 제안되고 있을 겁니다. 그 오퍼를 받으신 분들 중에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가? CHO? 한 회사의 인사리더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말이죠.
어딘가의 리더가 된다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고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막막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인사리더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오는 분들도 많으시죠
사실 그런 분들을 위한 조언이나 혹은 참고할 만한 글들이 많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도 그랬기에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단 인사담당자의 실력은 당연히 좋아야 할 텐데 그럼 실력만 좋으면 성공할 수 있는 CHO가 될 수 있을까요?
지금 계신 곳에서 능력을 인정받아서 CHO가 될 수도 있고
외부에서 제안을 받아서 새로운 곳에서 CHO가 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럼 CHO를 맡기 전에 꼭 확인해야할 것 하나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직원 만명 이상의 대기업의 CHO가 아니라 직원 1000명 이하의 막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CHO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바로 가치관입니다.
“그 회사의 CEO가 지닌 인사에 대한 가치관이 나와 맞는지 알아야 합니다.”
사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확인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스타트업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항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 분도, 혹은 이걸 이야기해주는 분도 아직 저는 들어보질 못했습니다.
그럼 예를 들어서 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것을 조금 쉽게 이렇게 구분해서 설명하곤 합니다.
‘직원 성선설 VS 직원 성악설’
제가 예전에 다녔던 회사의 대표님은 직원 성악설을 지닌 분이셨습니다.
당시에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앞으로는 연장 근무수당을 모두 지급해야할 상황이 되었는데 이 분은 직원을 믿지 못하는 분이었습니다.
‘분명히 야근수당 받으려고 쓸데없이 남아서 야근할 것이 확실하다. 그러니 업무시간에 최대한 쉬는 시간을 줄이고 야근도 되도록이면 못하게 해야 해’
라는 기준을 전달하셨습니다. 그래서 업무 중에 10분 이상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근무관리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인사담당자로서 참으로 답답하고 어려운 순간이었죠.
이 근무관리 시스템을 직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저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직원들은 분명히 이 시스템을 싫어하고 안 좋은 조직문화로 외부에서도 비춰질텐데 이걸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결국 저는 대표님께 이 시스템의 우려를 전달하였고 (어떻게든 시스템을 막아보고자 힘들게 용기를 낸 거죠) 변화가 있긴 했습니다.
업무 중 자리비움 시간을 10분에서 15분으로 5분 늘린 거죠.
5분이 늘기는 했지만 물론 직원들은 당연히 이 시스템에 경악했고 외부적으로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직원 성선설 입장입니다.(물론 가끔 성악설이 맞나? 하는 순간이 오기도 하지만…)
그래서 직원들을 좀더 신뢰하는 가치관을 지닌 CEO가 있는 회사로 이직했고
그 회사에서는 연장근무에 대해서 직원들을 믿고 별도의 근무관리 시스템없이 연장근무 수당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CEO와 이러한 인사에 대한 가치관이 맞지 않으면 CHO로서 성공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는 것 입니다.
위 내용에 대해서 ‘누가 더 올바른 가치관을 지녔다.’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그 회사의 대표와 내가 인사적인 관점에서 같은 방향을 보고 있어야 내 역량이 100% 발휘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왜냐면 나랑 가치관이 다르면 내가 하는 업무 하나하나를 CEO 설득하는데 투입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성악설의 대표님을 설득하기 위해 정말 힘들게 용기를 냈고 제 많은 리소스를 투입했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이것도 제가 다녔던 한 회사의 사례인데
평가제도를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었는데 저는 우리 조직은 절대평가가 더 적합하다라고 판단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일단 생략…)
하지만 대표님은 ‘우리는 상대평가 해야 해. 무조건 잘하는 직원과 못하는 직원을 분리해야 해. 조직의 모든 사람이 다 잘할 수는 없어’ 라고 말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저의 선택은 2가지 중 하나 였죠.
대표를 설득하거나, 아니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상대평가를 해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만약 인사 컨설턴트라면 그 대표의 입맛에 맞는 솔루션을 만들어주고 그냥 프로젝트를 정리하면 끝입니다.
하지만 인사리더로서 이 회사를 옳은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야한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대표를 설득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타사 현황과 같은 수많은 레퍼런스들을 준비하고 이를 통해 대표를 설득하는 작업을 거쳐서
겉으로는 상대평가이지만 일부 절대평가 방식이 도입된 제도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온전히 평가제도를 기획해서 잘 운영되도록 애써도 성공할지도 모르는 판에 대표를 설득하는데 더 많은 리소스가 필요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저도 만족하지 못하고 대표님도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물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대표님과의 가치관 차이로 인하여 제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내 마음에 들지 못하는 성과가 제 커리어에 남게 된 것입니다.
(물론 제대로 대표님을 설득하지 못한 제 역량의 문제라고 할 수 도 있겠죠. 하지만 설득이 안되는 대표님들이 가끔 계십니다.)
위와 같은 가치관의 충돌은 사실 일반 팀원들도 겪는 문제긴 합니다.
팀장과 업무스타일이나 생각이 맞지 않는 팀원들의 고충은 정말 많은 이야기죠.
” 인사리더는 성과를 확실히 내야하는 자리입니다. 특히 스타트업의 CHO는 더 빨리 더 효과적인 결과물이 필요하죠.”
하지만 인사리더로서 위와 같은 대표와의 가치관 충돌은 정말 위험합니다.
특히 내가 스타트업의 CHO 라면 C레벨 답게 성과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이를 통해 나의 몸값을 인정 받아야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나중에 더 큰 회사로 이직도 할 수 있는 커리어 패스의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죠.
제가 함께 일했던 많은 CHO분들이 위의 문제로 회사를 떠나기도 하셨고 아니면
대표의 눈높이에 맞는 제도를 만드느라 PPT를 버전 50번까지 만들어가며 인사팀원들을 무지막지하게 괴롭힌 분들도 있었습니다.
인사리더는 성과를 확실히 내야 하는 자리입니다.
게다가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스타트업이나 시리즈 C 이상의 성장 곡선에 탄 좋은 회사의 CHO로 간다는 것은 더 빨리 더 효과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뜻 입니다.
내가 인사적으로 많은 경험을 했고 훌륭한 업무역량을 지니고 있고 리더십을 지니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대표와 가치관이 맞지 않으면 그 모든 장점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인사리더로 가시게 된다면 그 회사의 대표와 본인의 인사적 가치관이 일치하는 지를 무조건 살펴보셔야 하는 것이 첫 번째 입니다.
나의 첫 번째 인사리더 커리어를 실패로 시작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다음 커리어의 기회도 쉽지가 않습니다.
반대로 인사리더를 뽑고자 하는 대표님도 후보자의 경력, 학력, 성과를 보기 전에
반드시 이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회사의 인사철학을 완성시켜줄 수 있는가? 를 보셔야 제대로된 인사리더를 영입하실 수 있습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그 회사의 매출, 사업 규모, 이미지 등에 집중하고 인사리더로 합류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최근에 제 지인도 상당히 유망한 스타트업의 CHO로 합류했다가 회사 대표와 갈등으로 인하여 1년도 되지 않아서 퇴사한 사례를 보았습니다.
이 분 역시 CHO 커리어를 처음 시작하신 분이었습니다.
퇴사 원인은 제가 말한 가치관의 차이가 상당히 컸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여기에 설명할 수는 없지만 본인이 옳다고 생각한 인사방향을 대표가 갑자기 바꾸게 되면서
CHO로서 더 이상 여기서 인정받는 것도, 성과를 내는 것도 힘들겠다는 판단 하에 회사를 떠나게 된 것이죠.
자! 그럼 대표와 내가 같은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할까요?
여러분이 경험했던 가치관 충돌의 순간을 꼭 대표님들과 인터뷰 시에 이야기하세요.
면접은 받지만 마시고 면접을 하셔야 합니다.
그냥 좋은 답변만 해서 덜컥 CHO가 되었다가 나중에 고생하시지 말고 대표님이 직원을 어떤 관점에서 보시는 지? 평가의 철학은 어떠신 지?
조직문화는 어떻게 만들고 싶으신 지? 등등 민감한 질문들을 이야기하듯 나누시면서 대표님과 꼭 이야기 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사실 저도 인사팀장을 거쳐 작은 회사의 CHO가 되었지만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아서
고생했던 씁씁할 과거가 생각나서 이렇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훌륭한 CHO 선배님들이 계시고 저는 그 분들에 비하면 주니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지만
위 내용 만큼은 지금 막 스타트업의 CHO를 시작하려는 여러분들이 꼭 고민하셨으면 하는 부분입니다.
CHO의 기회가 정말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런 기준으로 제가 지금 재직 중인 회사를 선택했고 다행히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업무적으로 많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대표님과 함께 많은 인사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예정입니다.
직원들의 경험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고 다양한 측면에서 인사제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업무적 성취감이 상당합니다.
인사조직의 팀원들은 이러한 변화에 스스로 동기부여되어 더욱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모두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회사를 보지 말고 대표님을 보시고 CHO로 합류하세요.”
한 회사의 대표님은 그 회사를 창업한 분입니다.
그리고 성공을 경험한 분이기에 내가 가진 인사 철학이 옳다고 그 분의 가치관을 절대 무시하시면 안됩니다.
게다가 그 분의 가치관을 CHO가 바꿀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래도 많은 젊은 CEO분들이 오픈마인드를 지니시고 인사리더의 의견을 경청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본인도 젊기 때문에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많으신 거죠.
그렇기에 잘 선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막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CHO가 되고 싶으시다면,
아니 CHO로서 성공하는 커리어를 효과적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회사를 보지 말고 대표님을 보시라고 꼭 말씀드립니다.
정말 도움이 많이되는 글입니다.
CHRO 로서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한번 뵙고 싶네요.
뼈가되고 살이되는 글이네요. 많이 고민하고 겪어오신 경험이 느껴집니다. 종종 이렇게 나누어주세요^^ 다음글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