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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 I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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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봄이네

 

예년보다 이른 개화에 꽃과 햇살 좋았던 날, 또 한 번의 낯선 공간이자 나의 여덟 번째 회사로 출근하며 중얼 거렸다. 그러면서 봄 볕이 내 인생에도 좀 들기를 바랐다.

중간에 했던 창업을 제외하고, 다닌 여덟 개의 회사 중 네 곳은 스타트업(startup)이라 불린다. 스타트업. 왠지 멋진 이름이다. 일단 네 글자이고, 영어다. 내게 이 단어의 마지막 글자를 일(業)이라 말할 난센스도 유머감각도 없음은 다행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스타트업을 이렇게 설명한다.

(noun) a company that is just beginning to operate, especially an Internet company
막 운영하기 시작한 회사, 특히 인터넷 기업

사전답게 심플한 정의다. 이 기준으로는 다닌 회사 중 스타트업은 없었다. 해당 시점 사업자등록일 기준으로 모든 회사의 업력은 최소 5년 이상이었다. 몇몇 회사는 직원 수도 많았고, 매출 규모도 상당했다. 아마도 그 ‘태생’때문에, 그리고 신생, 벤처, 창업기업보다는 왠지 있어 보이는 이름 때문에 그렇게 부르고, 또 불리길 원했던 것 같다. 투자 유치에 유리한 것도 이유일 수 있다. 더 찾아보니, 포브스 어드바이저(Forbes Advisor)는 스타트업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산업을 혁신하고 세상을 바꾸길 ‘희망하는’, 대체로 스케일 경영을 하는 기업

종합하자면 스타트업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주제나 방식으로 혁신하길 원하는 규모 있는 신생 기업’ 정도가 옳은 표현이겠다.

 

스타트업의 정의 by Forbes

 

경험한 회사들은 스타트업일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플랫폼을 운영하고, 젊은 사람들이 일하고, 직급 없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내세우니 스타트업이라 할 수 있을까? 통념으론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시점에 돌이켜 보니, 이 개념의 원조격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을 롤 모델로 삼았던 그 회사들은 그들이 스타트업이라는 착각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보니 포브스 어드바이저의 설명 중 한 문단이 눈에 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사회가 필요로 하지만 아직 없는 것을 만들어 제공하고, 기업가치 최대화를 통한 놀라울 정도의 투자수익을 창출하길 꿈꾼다‘.

하필 꿈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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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알지 못했던 것

 

업계에서 경험한 스타트업들은 많은 수가 적자 경영 중이었다. 투자로 연명하다가 또 투자를 찾아 나서는 식이었다. 투자 유치를 성공이라며 홍보했다. 그들은 성공의 이미지를 위해 순이익보다는 매출, 매출보다는 거래액을 내세웠다. 이는 업계에 만연한 홍보전략 이었다. 그들은 투자 성과는 축하할 일이 아니라, 끝나면 쫓겨날 지 모를 외상 파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듯 행동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곧 시장을 규모 있게 지배하고 큰 성공을 거두리라’는 희망적 이야기로 내외부 관련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들은 또한 소통이라 포장한 일방적 공표에 자체적 해석과 주장만을 섞어 이야기하는데 익숙했다. 그러니 누군가 현황에 대해 질문하면 납득할만한 답을 하지 않아도, 비전을 물으면 청산유수로 쏟아냈다. 그만큼 그들에게 진실은 불편한 것이고 직시(直視)는 방해와 다름없었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젓는 것이 당연하다며, 앞으로 앞으로를 외치고 또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하는 듯 보였다. 단지 너울이 인다고 물이 들어오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곳간이 빈약한 배는 선원을 늘릴 것이 아니라 그물이든 낚싯대든 바다에 드리우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방향이 모호할땐 망망대해를 향하지 말고 해변을 따라가며 언제든 안착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간식 무제한이나 유연근무제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들은 정말 스타트업이란 배는 좀 특별해서, 카고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노를 쥔 이들이 각자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그것을 휘저어야 더 빠르게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그러면서 그들은 일정한 구호에 노를 젓자고 시스템을 정하면서, 바텀업(bottom-up)이니 와이(why)니 하는 현실 타개와는 거리가 먼 그럴듯한 개념들에 집착했던것은 아닐까? 실리콘밸리의 구루들은 그들에게 도대체 무슨 환상을 심어준 걸까?

그들은 그들이 롤 모델로 삼고 있는 기업들은 어떤 방법론 이전에, 애초에 될 생각을 했던 난 사람이 엄청난 행운까지 만나게 되고, 정확히 그 시기에 조력과 자본을 얻게 되고, 그로부터 시장과 인재 풀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게 되며 성공하게 되었다는 것을, 그러니 그 성공법에는 유효기간뿐 아니라 유효대상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스타트업 1세대의 성공 스토리 속 방법론은 진실은 몰라도 재미는 있는, 할머니의 곰방대 옆에서 들었던 옆 마을의 전설 같은 이야기라는 걸 스토리텔러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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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알지 못했던 것

 

다녔던 스타트업엔 상대적으로 젊은 직원이 많았고, 그만큼 부족한 경험, 미완의 질서, No-하우의 마이너스 총량을 열정으로 덮어 가리는데 익숙했던 것 같다. 그들은 확장을 성장이라 믿었다. 적자 폭이 늘더라도 규모를 늘리는 것은 무모가 아닌 과감이라고 생각했다. ‘투자 유치 성공’과 ‘전년 대비 성장’을 서비스의 성숙보다 더 강조해 홍보했다. 그리고 나는, 가장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그 포장과 미화를 도왔다.

이번 이직은 자의보다는 타의에 가까웠다. 너울을 넘어 파도가 몰려들어 배가 뒤집힐 상황에서도 나를 태워준 이 배가 좌초될 위기를 극복하는데 조금의 힘이라도 보탤 역할이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인의 미래보단 회사의 현실을 봤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자 스스로에 대한 배신이었다. 위기의 배 위에 동력 저관여 승조원이 잡을 노나 앉을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스타트업이거나 그런 비슷한 회사는 이제 지긋지긋하다고,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또한 현상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착각이었음을 이내 깨달았다. 준비 없이 거친 바다로 내몰린 이가 찾아야 할 것은 시야에 흐릿한 큰 배가 아닌 당장 꽉 붙잡을 난간이 있는 부표라는 것을, 그리고 잠시 차분히 바라보자면, 꾸미는것이 미숙해 사람 찾는 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꽤 괜찮은 비즈니스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아는 데에는 다행히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엔 봄이다. 그땐, 겨울이었는데.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커버 이미지: UnsplashAhmed Za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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