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는 지금 이직 붐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이직을 준비하고 있고, 또 저희 회사로도 새로운 분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요. 한편으로 경력직 직원 한 분이 들어온다는 것은 어딘가에선 한 자리의 퇴사자가 생겼다는 생각을 가져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왜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을까요?
오늘 이야기는 개발 직군의 퇴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개발 직군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고민을 갖다가 퇴사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입사에서부터 퇴사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심층 인터뷰 했습니다. 인터뷰에는 유니콘 스타트업을 다니다 최근 다른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2년차 프론트엔드 개발자 A님이 함께해주셨습니다.

Interview
언제부터 이직을 생각했는지 혹시 기억 나시나요?
정확하게 딱 이 때부터다! 라고 할만한 시점은 모호한데, 아마 입사한지 한 1년 정도가 되었을 때가 기점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시점의 저는 삶이 굉장히 재미없다 생각할 때에요. 저희 회사가 최악의 회사냐 하면 절대 그렇지는 않았거든요? 이 회사이기 때문에 해볼 수 있는 경험들도 많았고, 개인적으로 배운것도 많고 성장할 수 있는 회사였어요. 그런데도 한편으로는 계속 못마땅한 점들이 내심 쌓여왔었고, 그 때 쯤 같은 팀 팀원 분들이 대부분 퇴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팀원들의 단체 퇴사 소식에 충격을 받아 퇴사를 결심한걸까요…?
음.. 충격은 많이 받긴 했는데 꼭 그런것 만은 아니구요. 팀원분들이 퇴사를 한다고 하니까 더 많이 대화를 가졌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야기를 하면 할 수록 지금 있는 곳이 좋은 회사이지만 최선의 회사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해졌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일하면서 겪은 못마땅한 것들이 당연한게 아니라는걸 깨달았어요.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잘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고, 또 그 감정이 나만 느끼는게 아닌 모두가 공감하는 것이었고, 결국에는 그럼 나는 여기 왜 더 있는거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까지 이어졌어요.
원래부터 퇴사하고 싶어!라기 보다는 아쉬운점들이 점차 쌓였고, 자연스럽게 퇴사로 이어진 것 같아요. 그럼 구체적으로 아쉬운점들이 어떻게 쌓여왔는지가 궁금한데, 한 번 처음부터 정리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처음 입사했을 때의 상황과 그 때의 감정은 어땠었나요?
입사 후 처음 한 두달은 특별히 어떤 업무를 담당하기 보다는 이벤트성 업무들을 맡으면서 적응하는 기간을 가졌어요. 저희 프론트엔드 팀에서 작업하는 디자인 시스템이 있는데, 그 기준을 어떻게 세우면 좋을지 고민하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사실 일한다기 보다는 회사 분들이랑 커피챗 갖고, 개인 공부하면서 거의 놀러다녔던 것 같아요 ㅎㅎ
그런데 사실 그 당시의 기분이 마냥 좋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엔지니어로서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입사했다고는 생각 안했거든요. 함께 일하던 대부분의 분들이 경력자셨고, 그 가운데에서 거의 신입인 제가 기술적으로 빨리 녹아들어야 한다는게 개인적으로 갖던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래서 처음 한달은 빨리 공부해서 따라갈 수 있도록 주로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럼 메인 업무를 전담한건 언제쯤부터였나요?
열심히 놀면서 한두달 보내다 보니 팀장님이 업무를 주시더라구요!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전담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기존에 있던 레거시 시스템에 새로운 기획을 반영하면서 개선하는 작업을 했어요. 이 때가 가장 재밌게 일하던 시기이지 않았나 싶네요. 처음으로 책임을 맡는 일이기도 했고, 새로 배워야 하는 것들도 많았습니다. 기획자, 백엔드 개발자 분들과 같이 하나의 작업물을 만들어내는 것도 처음이었고, 또 저에게 적당한 수준의 난이도에 적당한 수준의 책임이 요구됐었어요. 지금은 재택근무를 주로 하는데, 그 때는 회사에 출근해서 사람들과 스몰톡도 자주 가질 수 있었고, 내가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에서 여러 방면으로 결정을 내려가며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그렇게 3~4달 정도 첫 프로젝트를 즐겁게 진행했습니다.
입사 후 이제 1년 4개월정도 지났는데, 첫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는 4개정도 맡아서 진행했습니다. 4개 모두 첫 프로젝트와 전반적으로 비슷한 업무였어요. 중간중간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 혹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작업들도 많이 했었구요. 그런 작업들은 주로 이벤트 관리나 코드 리팩토링(코드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작업) 같은 단기간에 마무리할 업무들이었습니다.
처음 이야기했던대로 역시 처음부터 회사에 불만이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점차적으로 아쉬운점들이 생겼던 것인데, 첫번째 프로젝트는 즐겁게 마무리했다고 하셨구요. 그럼 그 이후에 어떤 일이 있었나요?
첫 번째 프로젝트를 마친 후 다음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점차 쌓여갔던 것 같아요. 일단 첫 번째 프로젝트와 그 뒤를 이어 작년에 진행했던 두 번째, 세 번째 프로젝트들이 다 비슷했어요. 필요한 기술 스택도 비슷했고, 해야하는 업무, 제 역할과 책임, 권한, 등등 이전에 했던걸 그대로 다시 반복하는 느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 성장이 정체된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일은 갈수록 편해지는데, 마음은 조금씩 불안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프로젝트들이 끝나고는 팀 리드분에게 회사의 다른 프로젝트들에도 참여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당장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구요.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는건 전혀 다른 기술을 배워서 적용하고 싶다는 말씀이실까요?
이 부분은 좀 복잡한데, 새로운 기술 스택을 쌓고 싶다는 바람이 있긴 했지만 회사의 상황이 더 우선이라는 점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술스택만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요인들이 섞인 것 같습니다.
그 중 하나로는 협업하는 방식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첫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백엔드 개발자나 기획자 분들과 협업 과정에서 함께 일한다기 보다는 서로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구분지어서 주어진 역할만 담당하는 식으로 일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일하는 방식이 아쉽다고 한들, 모두가 이렇게 일하는 환경에서 제가 더 긴밀히 협업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게 일단 아니었어요. 그리고 그 일하는 방식이 그대로 두 번째, 세 번째 프로젝트에서도 개선 없이 이어졌습니다.
또 성취감에 대한 것도 있었는데, 제가 맡은 프로젝트들은 주로 외부의 고객들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아닌, 내부 직원들이 사용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일이었습니다.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실제로 어떤 효용을 내고 있는지, 내가 좋은 개발을 한 것인지에 대한 피드백이 아무래도 없다보니 동기 부여도 점점 떨어져갔습니다.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건 개발자들에게 회사의 방향이 잘 공유되고, 오너십을 가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결정은 다른 곳에서 이미 다 이뤄지고 개발팀은 정해진대로 개발만 하는 식의 일하는 스타일이요. 나는 이해하지 못하고, 이게 뭔지 모르겠지만 해야한다고 하니까 일하는…ㅎㅎ
그런데 사실 이런 일하는 방식이 이해할 수 없는 불합리함인가 하면 그건 아니에요. 회사의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일하는 당사자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지만 결론은 회사의 비즈니스 상황 상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지금 우리는 애자일이 아닌 폭포수 방식으로 일할 수밖에 없는 단계입니다. 고민의 끝이 ‘지금의 방식이 최선이다’ 였기 때문에 지금의 구조가 자리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운점이 많은 만큼 또 이게 정말 해결할 방법이 없는건지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가지신 것 같아요… 그럼 이제 이 아쉬움이 퇴사 결심으로 가나요?
그렇게 아쉬움이 커져갔죠 ㅎㅎ 우리 회사는 지금의 방식이 최선이라는걸 받아들일 때 쯤 팀원들이 대거 퇴사하는 일이 생겼네요. 사실 대부분의 팀원들이 다 퇴사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 날은 과장이 아니고 정말 앓아 누웠습니다. ‘같이 일하던 분들 다 나가는데 나는 왜 여기 있지?’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죠. 퇴사하시는 분들과 대화하면서 저도 퇴사를 하는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이전까지는 우리 회사는 지금의 이 아쉬운 상황이 최선이라는걸 받아들이고 있었고, 또 다른 회사들도 당연히 마찬가지다, 회사는 원래 그런거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경력직으로 계셨던 분들 중에 퇴사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이게 당연한게 아니더라구요. 더 재미있게, 더 성장하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분명 있다는 생각이 들고나니 퇴사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서로 같이 준비한 것도 아닌데 같은 시기에 퇴사… 혹시 팀원 분들도 다 같은 이유로 퇴사하신 건가요?
본의 아니게 동시에 여러 사람들의 퇴사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퇴사를 하는 사람들이 이유가 다 달라요. 저와 비슷하게 더 성장할 수 없다는게 아쉬워 퇴사하는 분이 계신가 하면, 어떤 분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업무 외적으로도 정말 친한 그런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이게 안만들어져서 퇴사한다는 분도 있구요. 또 투입된 프로젝트에서 협업한 다른 팀 분과 인간적인 트러블을 가져서 상처받고 퇴사하는 분, 자기 사업을 하러 퇴사하는 분 등등 각자에게 이유를 물으면 다양하게 나오더라구요.
그런데 사실 표면적인 이유들은 달라도 그 속사정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선택은 회사에 남느냐, 퇴사를 하느냐 둘 중 하나인데 퇴사를 한다는건 반대로 말하면 어떤 이유에서건 회사에 불만이 있으니까 나가는거겠죠. 자기 사업을 하느라 퇴사하는 분이 ‘지금 회사가 정말 만족스러운데 내 사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퇴사한다’라는건 아닌 것 같아요. 서로 아쉬워하는 부분에는 다 공감했습니다.
또 한편으로 그렇게 많은 대화를 가지면서 느낀건 일정 시간 회사를 다니다보면 누구나 아쉬움을 안고는 있더라구요. ‘성장을 하지 못하는게 아쉽다’, ‘즐겁지 못한 분위기가 아쉽다’ 등등. 그리고 퇴사를 결심하기 전까지는 그런 아쉬운 부분들은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고, 감내해야 할 것으로 여겨요. 그런데 퇴사를 결심하는 계기는 굉장히 사소한 감정적인 트리거(trigger)더라구요. 저도 퇴사를 결심한 것은 그 팀원 모두가 퇴사를 한다고 통지를 받은 날, 그 날의 스트레스가 저에겐 정말 컸고, 퇴사를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뭔가 가장 이성적일거라 생각한 순간이 가장 감정적인 순간이 아닌가 싶네요. 그럼 혹시 반대로 퇴사가 아니라 회사에 남아야겠다 생각이 드는, 그런 감정적인 트리거는 없었나요?
감정적인 트리거라 말하긴 모호하긴 한데, 이직을 보류할까 생각했던 순간도 있어요. 팀원들과 팀장님이 모두 퇴사한 후 새로운 팀장님이 오셨는데, 개인적으로 리더로서 정말 좋은 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히려 퇴사를 결심하게 된 후로 더 즐겁게 일할 수 있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겼어요.
이전에 제가 아쉬워했던 협업하는 경험이라던지, 성취감 등에 대해 바쁜 개발 일정 와중에도 서로 코드 리뷰해주는 시간을 어떻게든 만들어 주신다던지, 기획적인 고민들을 업무로 할당해 가져갈 수 있게 한다던지 등등 아쉬운 부분은 어떻게든 채워주시려 하고, 힘든 일은 막아주시는 이상적인 리더님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처음 퇴사 결심을 전달했을 때 팀장님이 붙잡으시니까 정말 많이 흔들리더라구요.
하지만 이미 이직 준비가 한창이기도 했고, 사실 저도 이 회사가 어떻게 해야 바뀔까 고민 많이 했지만 저는 지금의 방식이 최선이라고 납득을 했었잖아요. 한 두 명의 개인으로 인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안들더라구요. 이미 안좋은 기억을 크게 안고 있기도 했고, 아쉽지만 최종적으로 퇴사를 확정지었습니다.
(인터뷰는 다음 글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마무리
회사를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하는 것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큰 비용이 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떠난 직원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다시 채용 공고에서부터 시작해 채용 절차를 밟아야 하고, 직원 입장에서는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정리에서부터 수많은 면접들을 거쳐야 합니다. 정리하자면 퇴사를 결심할 계기를 줄이고, 만족하며 다닐 수 있는 조직으로 성장한다면 서로가 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오늘 인터뷰가 그 성장의 방향을 잡는데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다음 글은 퇴사를 결심한 개발자 A씨의 이직 과정에 대해 인터뷰를 가져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