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담당자로 살아남기]6. 어떤 전문성을 키워야 될지 잘 모르겠어요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해외 출장, 여름휴가, 코로나 확진 등등의 다양한 핑계 때문에 지난달에는 글을 쓰지 못했네요… 스스로 반성합니다. 사실 글을 쓸 소재도 떨어진 것 같아서 그동안 글을 못 쓰고 있었습니다. 어떤 내용을 써볼까 하다가 이번에는 채용 업무와는 좀 다른 커리어에 대한 내용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저는 HR의 업무 영역에서 HRD와 채용을 제외하고는 다른 업무는 많이 해보지 않았습니다. 채용은 어느새 4년차를 꽉 채워가게 되었구요. 4년간 힘든 일, 지겨운 일도 많았지만 재밌고 보람된 일도 꽤나 많았던 것 같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이 기간 동안 지치지 않고 채용업무를 계속하게 된 직무의 매력 포인트가 뭘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생각해보니 아래 정도의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1. 성과가 명확한 편이다.
– 지원부서에서 이만큼 성과가 명확한 업무도 많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적합한 사람을 뽑아오면 그것이 담당자의 명확한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직접 리쿠르팅을 하지 않는 분들도 있고, 인력 확보 자체보다는 프로세스 개선이나 브랜딩 등으로 성과를 평가받는 분들도 있겠지만 궁극적인 성과는 누가 봐도 확실합니다.

2. HR 직무 중에서 욕을 안 먹는 편이다.
– HR은 회사를 대신해서 직원들에게 욕을 먹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사측의 입장을 대변해서 업무를 하다 보니 공공의 적이 되기 일쑤입니다. 블라인드만 가봐도 절반 정도는 HR에 대한 불만과 욕들이죠. 그중에서 그래도 채용은 욕을 덜 먹는 편입니다. 어찌 되었던 직원을 뽑아서 배치해 주는 것은 해당 부서에는 도움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죠. 평가/보상, 제도기획은 아무리 잘해도 누가 칭찬해주지 않지만, 좋은 사람 뽑아주면 현업에서는 많이 고마워합니다.

3. 담당자의 자유도가 높은 편이다.
– 성과가 명확한 편이다 보니, 보여주는 성과만 확실하다면 담당자가 과정상에서 어떤 짓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수용해주는 편입니다. 사람을 직접 찾고, 적절한 플랫폼을 선택하고,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채용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러한 업무들에서 담당자가 직접 개입하여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이 있지만, 채용 업무를 오랜 기간 하는 것을 싫어하는 분들도 꽤나 많습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잠깐 거쳐가는 업무 정도로 생각하지, 장기간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실제로 회사에 HR신입사원 면접을 보게 되면 타 회사에서 채용업무만 하고 있는데, 커리어 전환을 하기 위해서 지원했다는 지원자도 종종 봤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반복성/단순 업무의 연속에 따른 경력/전문성이 정체된다는 느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채용업무의 근본은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휴먼터치가 필요한 노가다성 업무입니다. 그러다 보니 써칭/후보자 컨택/일정 조율 등의 유사한 업무의 사이클을 계속해서 돌리게 됩니다. 처음에 할 때는 이러한 업무도 재밌지만, 경력이 쌓이면서 이러한 일만 하다 보면 내가 앞으로도 이 업무를 계속하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이 충분히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 코디네이션에서 어떻게 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지 고민이 되는 거죠.

그래도 이 업무에 대해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하고 애정이 있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그래서 저도 제 향후 커리어를 생각해보면서 어떤 전문성을 키우면 좋을지를 한 번 정리해봤습니다. 참고할 자료가 많지는 않아서 주변에 해당 업무를 잘하고 있는 분들의 장점을 한 번 생각해보면서 적었습니다.

 

1. 모집의 영역
– 채용의 가장 앞 단계인 모집에 대한 전문성입니다. 여기서도 크게 2가지로 나누면 채용 브랜딩과 써칭/인게이징의 영역이 있겠네요. 채용 브랜딩은 다들 아시다시피 회사를 채용 관점에서 알리기 위한 브랜딩과 각종 홍보 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업무입니다. 특히 회사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 신입사원채용이 해당 업무의 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마케팅에 대한 감각이 필요해서 최근에는 마케터 출신 분들도 꽤 많이 본 것 같네요.
– 써칭/인게이징은 각종 플랫폼을 통해 후보자를 찾고 네트워크를 유지하여 소속회사에 지원하게 만들 수 있는 업무입니다. 과거에는 헤드헌터분들이 하셨던 업무지만, 이제는 회사를 대표해서 내부 리쿠르터들이 이 업무를 많이들 수행합니다. 반복적인 업무이지만 사람에 대한 꾸준한 관심, 인내심, 직무에 대한 명확한 이해 등이 필요하겠네요.

2. 선발의 영역
–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을 선발할지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업무입니다. 채용 프로세스 기획, 면접 프로세스 설계, 인적성검사 도입, 선발기준 고도화, 면접관 교육 등이 있습니다. 사실 하루하루 채용이 급한 스타트업 같은 곳보다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대기업군에서 해당 업무를 해 볼 수 있습니다. 매년 하는 업무가 아닐 수 있고, 채용담당자가 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기획성 업무여서 가능하다면 꼭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3. 프로세스 관리의 영역
– 채용 전체 프로세스를 기획하고 점검하는 업무입니다. 채용 시스템 관리, 대시보드 만들기, 후보자 경험 관리하기 등이 있습니다. 해당 업무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곳도 있어서 어느 정도 다른 업무가 고도화가 된 경우에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 채널별 유입률/지원자수/합격율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문제점을 찾고 개선하는 것도 해당 업무에 포함됩니다.

4. Business Partner의 영역
– 채용에 대한 이슈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대응하는 업무입니다. 통상 해당 영역은 정형화되어 있지는 않기 때문에 현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기획력이 있어야 제대로 해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Tech채용의 경우는 해당 영역의 전문성에 따라 담당자의 수준이 확연히 차이가 날 듯합니다. 기술에 대한 전반적이 이해도가 높을수록 현업과 원활한 대화를 하면서 진정한 채용 파트너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개발자 출신분들이 해당 영역에서는 꽤나 유리합니다. 비전공자 Tech채용담당자분들이 따로 시간 내서 공부들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5. 짬의 영역
– 글로 설명하기도 어렵고, 남들이 대체하기도 어려운 짬이 필요한 업무들이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자신만의 인사이트 만들기, 후보자 처우 협상에 대한 노하우, 타 채용담당자들과 네트워킹 구축하기 등이 있겠네요. 짬이 차야만 가질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는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채용업무는 앞으로 더욱 고도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만의 전문성을 갖춘다면 회사 내외부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커리어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신 계속해서 반복성/단순 업무만 하고 있다면 본인이 의식해서라도 다른 업무 영역을 찾고 시도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자신의 커리어는 본인이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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