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의 새로운 패러다임 : 위임과 지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조직운영의 핵심이다

많은 분들이 조직은 민주적으로 운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HR을 하면서 여러 조직이나 구성원의 의견이 명확하지 않고 우왕좌왕 헤매다가 결국 일이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예전에 한 회사에서는 대표님이 회사 건물의 한층을 커피숍으로 꾸몄습니다. 이유는 여유있게 대화를 많이 나누다 보면 창의적인 발상이 되어서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는 회의만 하면서 방향은 안 잡히고, 프로젝트는 지연되어서 결국 회사는 쇠망의 길로 흘러 들어 갔습니다.

반대로 뛰어난 사람들이 모였는데 대표님께서 자기고집만 부리고 지시만 하며 인재들이 자신의 뜻을 펼 기회를 주지 않자, 하나 둘씩 회사를 떠나 회사가 쇠망하는 사례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도대체 어떤 것이 올바른 것인지 항상 고민이 됩니다.

수천년 동안 철학자들은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논의를 해왔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성선설과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는 성악설이 계속 대두되어 왔습니다.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서 조직의 운영방식이 극도로 달라지게 됩니다.

경영학에서도 이러한 인간 본성을 근거로 조직 관리에 대한 이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더글라스 맥그리거의 ‘XY이론’입니다. 맥그리거는 미국의 사회심리학자·경영학자로서 매슬로우의 욕구5단계 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인간관에 대한 연구를 통해 ‘XY이론을 개발하였습니다. 맥그리거의 XY이론은 아래와 같습니다.

1) X이론 : 인간은 원래 일하기를 싫어하고 야망과 책임감이 없고, 변화를 싫어하며, 본래 자기 중심적이고, 금전적 보상이나 제재 등 외재적 유인에 반응한다고 가정한다. 지시받은 일밖에 실행하지 않는다. 리더는 금전적 보상을 유인으로 사용하고 엄격한 감독, 상세한 명령으로 통제를 강화해야 된다.

2) Y이론 : 인간은 본성적으로 일을 즐기고 책임 있는 일을 맡기를 원하며, 문제 해결에 창의력을 발휘하고, 자율적 규제를 할 수 있으며, 자아실현 욕구 등 상위 욕구의 충족에 의해 동기가 유발된다고 가정한다. 리더는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맥그리거는 이 이론을 설명하면서, 리더가 X이론을 추종할 경우 상위 욕구의 충족을 원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동기 요인을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함으로써 상위 욕구의 충족을 중시하는 Y이론 쪽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맥그리거의 XY이론을 보면 흡사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과 비슷해 보입니다. 다양한 조직의 흥망을 경험해 본 바로는 이 둘이 모두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이 됩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자율성만 믿고 조직 리더는 위임을 했었는데 실제로 일이 진행이 안 되고 구성원들의 보상요구만 많아서 무너진 조직도 많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욕심은 자신의 생존과 잘 사는 것을 위하기 때문에 악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맥그리거와는 반대로 성악설의 관점에서 통치 논리를 전개한 고전들도 있습니다. 바로 제왕학帝王學의 지침서라고 불리는 《한비자》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등이 그것입니다.

특히 《한비자》를 보면, 후궁이나 정실의 아들을 태자로 삼으면 간혹 그들이 왕이 빨리 죽기를 바라게 되므로 아내조차 믿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을 비롯해, 신하가 목표를 부족하게 달성하면 처벌하고 또 목표를 과도하게 달성해도 처벌하며, 서로 칭찬하는 신하들의 담합이 있는지 챙기라는 등 철저히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는 관점에서 통치 논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한비자의 이론을 적용한 진시황은 천하를 통일했지만 수십년만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인간의 하위욕구에만 너무 의존하다가 무너지고 만 것입니다. X이론/성악설, Y이론/성선설 한가지 만으로 세상을 이끌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입니다.

많은 리더들이 현실에서 하는 실수는 막연하게 위임을 해 놓고 자율을 믿고만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일이 안 풀리면 내가 사람을 믿는 것이 아니었다고 하면서 반대로 지시형으로 바뀔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좋은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공자, 맹자 등이 말하는 높은 인격훈련을 한 군자(君子)가 아닌, 일반적인 욕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욕심으로 인한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위임과 지시의 균형을 잡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동안 코칭이라는 것이 많은 기업들에 도입이 되고, 학습이 되었었습니다. 저도 그 때 교육을 받았기도 하면서 연구도 많이 했었습니다. 일본 코칭협회 고문인 에노모토 히데타케는 그의 책 《마법의 코칭》에서 코칭의 본질을 다음과 같이 풀어주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질문을 통해 끌어내는 것이다.

정말 좋은 내용들이었는데 막상 현실에서 부하관리, 리더십 등에 적용을 하려면 뭔가 안 되는 것입니다. 질문과 위임이라는 방식으로만 해결되지 않는 상황들이 발생을 하는 것이지요. 진도도 안나가고, 실망스러운 결과물도 발생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반대로 다양한 조직에서 여러 리더들과 일을 했는데 성악설에 기반하여 목표지향적으로 자신의 조직을 운영하는 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이런 방식의 조직운영이 초기에는 약간의 효과를 거둡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조직 구성원들의 얼굴빛이 검어지고 “하라면 해야지!” 등의 자조적인 말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하나 둘 구성원이 떠나게 되면서 그 조직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떠나는 구성원들의 말은 한결같이 “나는 부속품이기 싫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조직은 책임을 그 리더에게 묻습니다. 인간의 상위욕구인 성취감이나 자아실현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도 조직은 결국 무너집니다.

시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리더 한명의 전문성으로 성공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일정한 길도, 일정한 방향도 명확하지 않은 현대의 경영환경에서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스스로 움직이는 힘을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빌 게이츠Bill Gates는 이런 환경에서 리더들에게 그의 저서 《빌 게이츠 @생각의 속도》를 통해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합니다.

직원들에게 힘을 부여해 주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디지털 신경망을 최대로 이용할 수 있는 비결이며, 중앙에서 모든 행동을 관리하고 지시하려는 기업은 결코 빠르게 변하고 있는 새로운 경제 체제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위임과 지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 것인가 고민을 하다가 어느날 《코칭경영의 道》라는 책에서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인 맥스 랜드버그는 구성원의 열의와 기술 수준을 고려해서 코칭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열의와 기술이 모두 뛰어난 구성원에게는 질문과 위임 방식을, 열의에 비해 기술이 부족한 구성원에게는 지도하는 방식을, 열의와 기술이 모두 부족한 구성원에게는 지시하는 방식을, 기술에 비해 열의가 부족한 구성원에게는 격려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매우 상황적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그림]맥스 랜드버그의 상황적합적 코칭법

즉 열의가 높은데 기술이 낮은 사람은 빠른 시일내에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능력을 끓어 올리기 위해서 지도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좋고, 열의도 낮고, 기술도 낮은 사람은 위임을 했다가는 성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지시방식을 통해서 적절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며, 기술이 높은데 뭔가 몰입이 안되어 열의가 낮은 사람은 격려하면서 몰입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마지막으로 열의도 높고, 기술도 높은 사람은 과감한 위임을 통해서 직무만족을 높여 가는 것이 중요한 코칭 방법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리더는 성선설에 기반하여 성악설의 가능성을 항상 마음속에 염두에 두어야 할 것 입니다. 리더는 모두의 이익을 챙기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어떤 발생할 가능성도 항상 고민을 해야 합니다. 조직의 암적요인이 될 수 있는 부분은 냉철하게 수술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즉 잘못된 행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미리 차단해 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입니다. 인간은 양심과 욕심 두가지 본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이해하고 조직을 이끌어야 합니다. 이 두가지의 균형을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 이끄는 자가 해야할 중요한 역할입니다. 또한 이를 돕는 것이 HR이라고 생각합니다.

《넛지》라는 책을 읽어 본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진 타성의 힘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좋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기본옵션을 디폴트로 잘 설정해 주면 좋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핵심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얼핏 사소해 보이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한 회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설과 추석에 명절선물을 지급할 때 현금으로 주자, 상품권으로 주자, 원하는 주소로 고기를 보내자 등의 대안들이 제시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구성원들중 많은 사람들이 현금을 원했었습니다. 아니면 상품권을 원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현금, 상품권으로 주면 인센티브와 차이도 없는 문제가 있어서 경영진과 HR이 많은 논의를 거쳐 원하는 주소로 고기를 보내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작은 재원을 좀 더 의미있게 활용해 보자는 입장이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많은 구성원들이 자기가 혼자 먹지 않고, 부모님 댁으로 고기를 보냈고, 명절에 가족과 고기를 구워먹으며 회사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몇년 정도 잘 유지 되다가 경영진과 HR멤버들이 바뀌고 나니 나중에는 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 뒤에는 상품권 말고 또 다른 손에 잡히는 선물은 왜 안 주는지라는 의견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인센티브도 아니고 선물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지요.

사람은 누구나 편하고 좋은 것을 원할 수 있습니다. 그냥 놔두면 어느 순간 왜 하는지 방향을 잃을 때도 많습니다. 스스로 규율하는 양심과 이를 뒷바침해 주는 법적인 제도가 함께 갈 수 있어야 건전성이 오래 유지 될 수 있습니다. HR전문가는 이런 균형을 잡아주는 전문가라고 생각합니다.

다수가 꼭 옳지는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일깨워주는 일을 싫어하는 다수에 의해 사형을 당했었지요. 아테네가 민주정일때 있었던 일입니다. HR전문가는 경영진과 구성원 사이에서 조직의 미래를 위한 균형잡힌 조직체계, 동기부여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직의 상황에 따라서 균형점은 계속 변화될 것입니다. 당위적인 신념보다는 매상황에서 최적점을 잡는 전문성과 노력이 정말 중요합니다. 말은 쉽지만 참 어려운 일입니다. 이런 어려운 길을 가시는 HR 동료분들을 항상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빌 게이츠 (1999).『빌게이츠 @ 생각의 속도』.안진환 역 : 청림출판. 463p.

캐스 R. 선스타인, 리처드 H. 탈러 (2009).『넛지』. 안진환 역 : 리더스북. 25p.

맥스 랜드버그 (2003). 『코칭경영의 道』. 김명렬 역 : 도서출판 푸른솔. 101p.

 

공유하기

Share on facebook
Share on linkedin
Share on twitter
Share on email
0 개의 댓글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인살롱 인기글

메타버스 시대, 오피스의 미래

 2000년대 초반 온라인을 강타했던 추억의 싸이월드, 다 기억하고 계신가요? 네 저도 거기에 많은 흑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를 쓰기 이전에

error: 컨텐츠 도용 방지를 위해 우클릭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로그인

인살롱 계정이 없으세요? 회원가입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문의사항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로그인
벌써 3개의 아티클을 읽어보셨어요!

회원가입 후 더 많은 아티클을 읽어보시고, 인사이트를 얻으세요 =)
인살롱 계정이 없으세요? 회원가입
Close Bitnami banner
Bitna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