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일본 기업의 HRD 변화 방향과 사례

일본 기업들은 코로나 이후 어느 때보다 큰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동안 변화에 대한 저항이 강했던 만큼,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엄청난 속도로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에서 일본 기업을 벤치마킹하러 찾아가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일본 기업은 비교적 우리와 유사한 기업문화와 인사·교육 제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여전히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시사점들도 많습니다. 어느때보다 큰 변화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일본 기업의 변화 방향과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HRD가 나아갈 길을 찾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2021, 일본 HR이 직면한 과제

2020년, 코로나를 기점으로 일본 기업들은 원격 근무의 확산, DX, 직무형 고용 등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경우 외근을 하고도 도장을 받으러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는 ‘도장 출근’이라는 말이 있기도 하고, 코로나 관련 행정 절차도 팩스로 처리해서 원성을 샀다는 것은 다들 들어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반면 코로나와 상관없이 최첨단 IT 기술을 활용하여 DX를 준비하던 기업들도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본 기업들은 급격한 디지털화를 경험하게 되었고, 미리 DX를 준비했던 기업들과 그러지 못했던 기업들 사이의 격차는 더욱 더 벌어져 갔습니다.

2021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HR 조직에서는 조직의 근간을 이룰 인재를 채용하고, 구성원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과 조직의 DX역량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원격근무가 늘어나면서, 2018년 해제된 부업 금지 규정이 실제로 구성원들의 부업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구성원의 부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활용할지,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필요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의 조직’에 속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기업이란 구성원에게 어떤 의미인지, 함께 일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비전을 공유하는 일도 어느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각종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잦았던 만큼, 위기가 상수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어떤 위기 상황 속에서도 구성원들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조직을 성장시킬 수 있을지는 HR 부서의 과제이자 숙명일 것입니다.

코로나 이후 일본 기업의 HRD 변화 방향

코로나 이후 일본 기업의 HRD 변화 방향에 대해서는 리더십 개발, 일하는 방식, 학습 경험 디자인이라는 세 가지 관점으로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

  1. 리더십 개발
    최근 일본의 리더십 트렌드를 한 마디로 설명해야 한다면 ‘권한에 얽매이지 않는 리더십’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이제 회사에서 정해준 목표를 잘 달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을 리더로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기존의 PDCA 사이클처럼 계획을 세우고 리더의 검증을 기다리다가는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직책이나 권한에 상관없이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업무는 물론 전사적으로 일어나는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바로 권한에 얽매이지 않는 리더십입니다.
    이러한 리더십은 리더십 모델이나 리더십 이론을 배우는 것으로 길러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적응과제’라는 개념입니다. ‘적응과제’는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해결이 어려워 가치관이나 신념의 일부를 변경 혹은 제거해야 하는 과제를 말합니다. 이와 대비되는 개념인 ‘기술과제’는 필요한 기술이나 지식을 도입하면 해결되는 과제를 말합니다.
    리더는 스스로 자신의 적응과제를 찾고 해결해 나가면서 조직의 변혁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리더십 개발 역시 적응과제를 다루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조직의 전략은 무엇이며 내가 경험하는 현장의 반응은 어떤지, 리더 자신은 어떤 적응 과제에 대응하고 있는지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들여 교육을 진행해야 합니다. 적응과제는 가능하면 오프라인, 혹은 온라인 실시간 교육으로 진행하고, 기술과제의 경우 e-러닝이나 사전학습 형태로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팁입니다.
  2. 일하는 방식
    일본은 한국과 함께 노동 생산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이에 몇 년 전부터 ‘일하는 방식 개혁’이라는 프로젝트가 정부 주도 하에 진행되고 있는데요. 코로나 이후 일하는 방식은 기업의 비전을 명확히 하고, 업무 간소화를 위해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고객이 바뀐 만큼 일하는 방식을 바꾸어 기업도 새롭게 탈바꿈할 때가 온 것이지요.
    그 중에서도 원격 근무는 일본의 일하는 방식 개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입니다. 한국은 원격 근무라고 하면 주로 재택 근무를 떠올리지만 일본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원격 근무가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재택 근무 외에도 이동 중에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서 일하는 모바일 워크, Satellite Office(위성 사무소)나 Telework Center 등을 활용하는 방식, 호텔이나 리조트에 가서 일하는 Warcation(Work+Vacation) 등이 있습니다.
    소프트뱅크의 경우 2021년, Digital Worker 4000명을 목표로 IT를 활용한 새로운 업무 형태를 구현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원격 근무 정착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온 소프트뱅크는 재택근무 초기에 ‘워크 스타일 지원금’이라고 해서 온라인 환경, 책상, 의자, 컴퓨터 주변 기기를 구입할 비용을 지원했습니다. 그 외에도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고 네트워킹을 쌓기 위한 지원금 지급, AI 기술을 활용해 동선을 구축한 신사옥을 건축하기도 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부문별로 업무 특성에 따라 원격근무와 사무실 근무의 비율을 어떻게 조합하는 것이 좋을지, 다양한 형태의 일하는 방식 속에서 구성원들의 소통을 어떻게 원활하게 하고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하면 좋을지 등 다양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3. 학습 경험 디자인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학습에 있어 ‘자율성’은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게 됩니다. 이미 짜여진 커리큘럼을 따라 학습하는 것으로는 변화에 대응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교육을 할 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기획자/강사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생의 입장’에서 설계하는 것이 바로 LXD(학습 경험 디자인)입니다. 내용뿐 아니라 ‘어디서, 언제, 어떤 체험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낄 것인가’의 관점에서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본 역시 코로나 이후 교육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 LXD를 중점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온라인 과정의 경우 대면이 힘든 만큼 더 세세하게 경험 설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성공적인 LXD 도입을 위해 첫째, 시간 순서에 따라 체험과 감정을 그려보고 긍정적 경험을 위한 포인트가 무엇인지 설계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각 시점 별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툴, 플랫폼도 함께 고려한다면 더 효과적으로 교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둘째, 교육생을 둘러싼 관계자들도 설계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교육 전, 후에 교육의 기대를 높여주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상사, 팀원의 관심이 필수적입니다. 셋째, 행동 변화에 부족한 것을 찾고 채울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페르소나’를 만들어 교육생의 심리를 가시화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본의 모 기업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임원 교육을 설계하며 활용했던 자료를 보시면, 각 시점의 감정부터 온라인 툴 활용도까지 자세히 설계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일본에서는 LXD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면서부터, HRD 담당자들의 역할을 큐레이터이자 코치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구성원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조직과 구성원에게 맞는 스토리를 설계하고, 개인의 경력과 경험에 따라 적절한 콘텐츠와 체험을 큐레이팅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학습 과정에서 적절한 동기부여를 하고, 경험과 깨달음을 통해 행동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코치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시사점: 멈춰서서 생각하다
코로나 이후 일본 HRD의 키워드는 적응과제, 주체성, 성찰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식과 기술을 넘어서 태도와 가치관을 다루는 ‘적응과제’가 교육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 일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면에서 지시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인이 되어 행동하고 학습하는 문화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체험과 경험이 학습과 행동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 반드시 성찰의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일어난 일들이지만, 이전에는 HRD에서 시도하기 힘들었던 교육 본연의 모습에 왠지 한발짝 더 다가선 느낌이 듭니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기업 교육에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경영 상황에 따라 교육이 전면 중단된 기업이 있는가 하면, 발빠르게 온라인 화상 교육, 메타버스, VR 활용 교육 등 기술을 도입하여 기존보다 더 다양한 교육을 많이 실시할 수 있게 된 기업도 있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교육의 형태나 횟수와 관계없이 잊지 말아야 할 질문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으로서, 조직 내에서 HRDer의 역할은 무엇일까’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꼭 해야 하는 교육은 무엇이며, 하지 않아도 지장이 없는 교육은 무엇일까요? 변화의 소용돌이를 헤쳐나가기 위해 교육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코로나를 계기로, HRDer로서 나의 적응과제는 무엇인지 잠시 멈춰서서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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