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경영학의 석학이신 윤석철 교수님의 『경영학의 진리체계』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책에서 마음속에 팍 꽂히는 내용이 있었는데요. 삶에 이르는 길은 고객을 찾아 ‘주고받음’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며, 개인이나 조직의 흥망은 주고받음의 관계 형성에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에 달려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HR을 하다가 보면 경영진, 구성원, 심지어는 주주라는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일을 하다가 보면 구조조정도 해야 할 수도 있고, 주식보상을 해야 할 때도 있으며, 구성원의 급여나 인센티브, 복리후생 같은 보상을 높여야 할 때도 많습니다. 이럴 때 가치판단은 어떻게 해야 할지 참 고민이 많았었습니다. 이런 가치판단에 가장 도움을 주었던 것은 주고 받음의 관계를 형성하라는 것입니다.
개인이든 조직(법인)이든 하나의 개체성을 가진 인격이라고 본다면 누구나 손해 보고 싶어하는 마음은 없다는 것입니다. 많은 경영자들은 구성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하지만 그 만큼의 보상이 따르지 않으면 요구하기 어려운 것이지요. 반대로 구성원들은 많은 보상을 요구하지만 회사의 수익성을 저해할 정도의 보상은 조직이라는 2차집단을 쇠퇴하게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결국 경영자, 구성원, 주주 모두가 Win-Win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주고 받음의 관계를 형성하는 본질이 아닐까 합니다. 이러한 내용은 HR전문가 들이 많이 학습하는 조직행동론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버나드는 <조직균형론>을 주장하였는데, 조직의 목적은 존속과 발전이라고 이야기 하면서 존속과 발전을 위해서는 조직에서 제공한 유인(이익)이 구성원이 조직에 기여한 공헌보다 크거나 같아야 된다고 주장합니다. 공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유인≥공헌)
이런 내용에 영향을 받아 후일 애덤스의 ‘공정성 이론 Equity theory ’에서는 사람은 자신이 업무에 투입한 노력(기술, 지식, 노력)과 산출된 보상(임금, 승진, 인정, 지위)에 따라서 투입을 조절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투입이 산출된 보상보다 크면 투입을 줄이고, 산출된 보상이 투입된 양보다 크면 투입을 늘린다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쉽게 설명하면 투입을 했는데 회사가 보상을 안 해주면 태업을 하거나 더 보상을 해줄 곳으로 떠난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서로 제공하는 가치가 균형을 이룰 때 좋은 관계가 형성이 된다는 것인 어느 지역에서든 동일한 것 같습니다. 주고 받을 때 먼저 약간 더 주는 것이 좋은 관계를 오래 지속하는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많은 경영자나 리더들이 하는 실수는 어필하지 않은 착한 구성원에게 선제적 보상을 해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필하지 않고 자기일처럼 열심히 하는 구성원보다 어필하는 구성원을 챙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문제는 어느날 갑자기 어필하지 않던 구성원이 조용히 좋은 처우로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 때야 무엇인가 해 보려 노력하지만 이미 늦은 경우가 참 많이 발생을 합니다.
누가 누구를 위해서 헌신하는 것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서로 잘 주고 받는 것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누구나 욕심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주고 받음의 관계를 깨는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HR전문가는 이 관계형성의 균형을 잡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찌보면 참 어려운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모두가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 할 때 중심을 잡고 최적의 균형점을 잡는 노력을 해 주어야 하니까요.
요즘 많이 강조되는 ESG 경영도 결국 회사, 구성원, 사회, 그리고 미래세대까지 이해관계자의 주고 받음의 균형을 맞추는 활동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좋은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것처럼 회사도 좋은 친구, 이웃이 되어야 사회와 주고 받음의 관계를 형성하고 이것이 지속가능경영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 주고 받음의 관계형성시 이해관계자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 균형점을 맞추기가 참 어렵습니다. 이럴 때 제가 쓰는 최소의 균형점을 잡는 팁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상대방이 뭐라고 하기 애매한 수준을 최저의 균형점의 기준이라고 봅니다. 즉 뭐라고 하고 싶은데 뭐라고 하기 애매한 정도라고 할까요. 항상 자원은 부족하기 때문에 완벽한 균형은 어렵지만 주고 받은 것에 대해서 뭐라고 하기 애매한 수준이면 최소의 기준은 충족이 된 것입니다.
저는 회사일, 가족일에 이런 측면을 적용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일이 바쁠 때 가족에게 시간을 못 쓸 때가 많습니다. 결국 욕은 먹어야 할 상황이라도 최선을 다해 설것이를 한다든지, 맛있는 음식을 사와 대화를 나눈다든지 하면 가족이 저에게 뭐라고 하고 싶은데 애매해서 살짝 욕하고 넘어가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습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원은 항상 부족하기에 할 수 있는 수준의 최선을 다한다면 최소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미세한 차이가 결국 좋은 인력의 장기근속을 이끌고, 그들의 노력으로 회사를 성장시키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많은 분들은 큰차이가 나는 멋진 전략을 꿈꾸지만 현실은 이러한 미세한 균형을 끊임없이 잡아가는 노력속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온다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을 항상 고민하시면 HR을 해 보시면 가치판단을 하실 때 많은 도움이 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윤석철(2012). 『경영학의 진리체계』. 경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