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일에 열정은 기대하지도 않는다.
대부분 공기업과 국가기관 기관장의 임기는 2년 또는 3년이다.
중간에 상급 조직의 장이 바뀌면 임기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 4년 단위의 기관장 선거,
5년 단위의 대통령 선거로 정당이 바뀌면 더욱 눈치껏 행동을 해야 한다.
규정 상 연임이 가능하나, 산하단체 기관장의 경우 연임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지인 중 한 명이 지방에 있는 기관장이 되었다. 이 분야 전문가인 그는 첫 기관장으로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다. 지역의 특성을 살리며, 제품을 세계에 알려 차별화된 지역 이미지 제고와
기관의 매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싶었다.
기관장으로서 가장 먼저 한 일은 30여명 남짓한 임직원의 신상과 기관의 실태 파악이었다.
전 직원 대상의 개인별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5가지 질문을 동일하게 하며 개개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문제점이나 개선해야 할 점, 위협 요인과 기회 요인, 시장과 개인의 변화, 제품의 경쟁력,
내부 임직원의 역량 수준에 대한 임직원의 답변은 천차만별이었다.
기관의 기대하는 모습도 지향하는 가치도 없었다. 정부 기관의 산하 단체이기 때문에 망한다는 생각이 없었다.
전 직원 인터뷰를 마치고 경영관리 본부장과 함께 중기 전략과 방안을 작성해 정부 기관장의 승인을 득했다.
중기 전략 방안에 따라 조직과 인력 재배치를 실시하였다. 노동조합과 구성원은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개편안은 수용할 수 없다며 투쟁을 선언하고 파업에 나섰다.
결국 기존 조직과 인력 변동 없이 중기 전략 방안을 실시하게 되었다.
전자 결재를 하는 이 기관은 기관장에게 내일이 마감이면 오늘 3시 넘어 최종 결재가 올라온다.
수정하면 과태료가 부과되는 사안들이다. 내용을 보면 오탈자는 물론이고 금액이 다르다.
중간 관리자를 불러 지적하면 죄송하다는 말과 지적한 것만 수정하고 시간이 없으니 결재를 해 달라고 한다.
담당자 간담회에서는 기관장이 결재를 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의 소리가 높다.
자신의 생각은 없고 해야 할 일과 보고서의 내용이 다르다. A안으로 해야 할 일을 B안으로 작성해 온다.
지시 사항이었음에도 실행되지 않는다. 보고서에 100만원을 썼으면 쓴 내역이나 증빙이 있어야 하는데
쓴 금액만 있다. 심한 경우, 그 금액도 총계가 일치하지 않는다.
열심히 일했다고 하는데 무슨 일을 했는지 궁금하다. 직원들에게 지난 1년 자신이 올린 전자 결재
보고서, 결재자별 소요 시간, 최종 결재자와 수정 사항을 전부 적으라고 지시했다.
30명의 직원 중 단 한번도 결재를 올리지 않은 직원이 5명이 되었다. 2달쯤 지날 때, 상급 기관장이 부른다.
찾아가니 왠만하면 중간 관리자를 믿고 업무를 위임하고, 직원들에게 신뢰를 주라고 한다.
기관 내 이런저런 이야기를 상급 단체에 미주알고주알 다 말하는 직원이 있는 듯하다.
알았다고 하고 돌아서는데, 왜 이곳을 택했나 후회가 된다고 한다.
어떻게 조직과 개인을 움직이게 할 것인가?
국가 기관과 공기업, 일부 회사의 직원들은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정규직이 되어 개인의 큰 잘못이 없기만 하면 퇴직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도전적 업무를 하다가 실패를 해 책임을 지는 문제가 아니다.
직장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적당히 한다. 지적을 받기 싫어 마감이 촉박하게 결재를 한다.
내가 결정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봤다는 의미였다고 중간 관리자들이 결재를 하며 말한다.
직원의 일상 사소한 잘못에 대해 지적을 하고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질책을 하면 녹음을 해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추려 괴롭혔다고 주장한다.
담당자인 팀제로 일이 운영되므로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 모른다.
중간 관리자들도 ‘했다 주의’ 식의 대충 업무를 처리하니 최고 경영자에게 올라온 보고서에 숫자가 다르고,
별첨이 빠지는 결과가 발생한다. 중간관리자를 불러 질책을 한들 달라지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이미 조직 문화가 이기는 DNA가 없다. 굳이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적당 주의가 만연 되어 있을 뿐이다.
이러한 조직과 구성원을 이기는 조직과 구성원으로 전환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조직 내 혁신을 부르짖는 사람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배척 당하거나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에
누명을 쓰고 큰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기관장도 마찬가지이다.
혼자 혁신을 외친다고 조직과 구성원이 따르는 체만 할 뿐 변하지 않는다. 함께 혁신을 이끌어가야 한다.
조직과 구성원이 바뀌기 위해서는 첫째, 위기의식과 변화의 모습을 명확하게 심어줘야 한다.
기관이 존재하는 이유, 추구하는 목표를 명확히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혼자가 아닌 전 조직이 이 작업에 참여해야 한다. 물론 처음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기관장이 솔선수범하여 악착 같이 이끌어야 한다. 모범을 보여야 한다.
기관의 미래 바람직한 모습, 전략과 방안이 수립되면 이를 실천하기 위한 그라운드 룰을 만들어
내재화하고 추진해야 한다. 핵심가치라고 해도 좋고 기관의 그라운드 룰이라고 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조직과 구성원을 한 방향 정렬하게 하는 것이다.
교육하고 사례를 만들고 잘하는 사람을 실천인으로 선발해 인정해줘야 한다.
둘째, 제도의 정비가 되어야 한다. 공평한 제도가 아닌 공정한 채용, 평가, 인재육성, 보상, 승진,
인력 운영, 퇴직이 되도록 제도의 원칙과 내용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도록 해야 한다. 사람 중심이 아닌 직무 중심으로 제도를 전환하고,
직책자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 관리자와 경영자의 역할과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
조직을 분열시키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임원은 과감하게 도려내고, 전문성과 성과가 낮고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는 중간 관리자는 보직해임하여 인사제도의 혁신이 조직과 인적
쇄신을 이끌어 가도록 기반이 되어야 한다.
셋째, 단기간 내에 작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 조직과 구성원에게 전파하고,
더 큰 성과를 창출하도록 해야 한다. 조직과 구성원을 피곤하게 하고 성과가 없으면
이러한 노력은 지속할 수가 없다. 단기간 의미 있는 작은 성공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 노력하고 있는 것이 옳은 일임을 모두 느끼게 해야 한다.
넷째, 변화하려는 노력에 방해하고 걸림돌이 되는 사람과 제도는 과감하게 치워야 한다.
도로를 만들 때, 많은 장애물이 있다. 길을 뚫는 것이 중요하다.
높으면 터널을 만들면 되고, 물이면 다리를 놓으면 된다.
목적한 곳까지 갈 수 있도록 길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중간의 장애는 치우면 될 뿐, 장애로 인해 길이 끊겨 중단이 되면 목적지까지 가는 방안은 더 힘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