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에 따른 상시 구조조정으로 조직을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신기술 도입에 따른 기존 산업의 쇠퇴, 본인의 기호나 성격에 더 잘 맞는 분야를 찾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업을 찾게 된다.
평생 철강이나 화학 Commodity 영업을 해온 사람에게 반도체 영업을 시킬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우선 생소한 산업용어에 압도 당할 것이다. 메모리, 비메모리, 파운드리사업 내의 수많은 소재, 부품, 장비와 해당 생태계의 플레이어들의 역학 관계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 그는 상당량의 재학습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고객의 기술적 Claim에 대응하기 위해 물리, 화학은 물론 소재공학에 대한 기존 지식을 점검하고 보완하여야 한다. 판매 후 사후 고객 응대 과정에서 단지 본사의 기술 지원팀에게 100% 의존할 수는 없다. 영업적인 마인드로 고객의 Claim을 재 해석해야 고객의 기저(基底) 심리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 Cycle과 시황에 대한 감각도 길러야 한다. 반도체의 주요 고객들은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테크 기업들이며 해당 기업들의 경쟁구도와 투자계획, 비즈니스 현황 등을 알고 있어야 향후 수급을 예측할 수 있다.
신산업의 전문가를 채용하는 것이 기존 구성원에 대한 재교육 보다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대규모 인력을 채용하고 있는 한국 대기업에서 기존 인력의 해고와 신규 인력으로의 대체라는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
수 년간 같은 Vision과 Core Value를 공유한 구성원들을 쉽게 내친다면 한국 기업 특유의 장점인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업무추진력과 조직에 대한 충성도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SK그룹에서는 mySUNI라는 학습과 커리어관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었다.
AI,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등 신 산업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해당 교육 이수 후 구성원에게 그룹내 연관 사업 조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Commodity 영업사원도 mySUNI를 통해 반도체 영업조직으로 이동할 수 있다.
새로운 업으로 진입을 하고 나면 기존 플레이어들이 보지 못하는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다룰 수 있는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철강/화학 산업의 중국발 Global 시장 재편을 이미 경험한 사람으로서 향후 반도체 산업의 중국 경쟁자들과 어떤 방식으로 싸우고 협력할 지 그림을 그려볼 수 있고 적절한 Market Exit Timing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국 플랫폼테크 기업외에 신규 수요창출에도 좀 더 유연한 접근을 시도해 볼 수 있다. 개발도상국의 Low Tech 관련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신 기술의 반도체 제품이 아닌 Old Version의 제품 판매를 통해 전체적으로 설비 가동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도 있다.
‘업(業)의 본질과 진화’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SK 구성원들에게 mySUNI가 좋은 시스템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