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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필요한 경험을 주십시오’

농구를 모르는 이들조차 손에 땀을 쥐게 했던 대흥행 극장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등장인물 중 한명의 대사다. 주인공의 상대 팀 에이스는 이 시합 전 자신의 집 뒷산 절을 찾아가 기도하며 ‘이제 제가 더는 국내에서 증명할 것이 없으니 필요한 경험을 주십시오’라고 말한다. 영화 결말의 복선이기도 했던 이 장면은 사실 이후에 쌓일 모든 경험의 결과가 공든 탑이거나 시들 싹수일 직장인들의 미래 암시와 다름없어 보여 인상 깊었다.

돌이켜보면 그 모든 순간이 경험이자 배움이었다. 그래도 겪어 보라고는 차마 하기 힘든 악몽 같은 기억도 더러 있었지만.

 

#덜 된 기본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그런데 여럿이 있는 공간에서 자기 팀원을 깎아내리는 팀장님 태도도 그리 기본이 있어 보이진 않네요’

참고 참다가 결국 말해버리고 말았다. ‘여럿을 참조로 이메일을 보낼 때 이전 대화를 온전히 포함시키는 것은 소통의 기본이 되어있지 않은 행동’이라며, 타 부서원들이 참조된 전체 회신에서 공개적으로 나무라는 팀장에게 1:1 개인 메신저로 답한 내용이었다.  대체로 대인관계에서의 소통은 원만함을 추구해 왔지만 그의 거듭되는 감정적 충격요법에 결국 인내가 바닥나고야 만 것이다. 메시지에 대한 답은 받지 못했다. 벌게진 얼굴로 모니터를 뚫어져라 쏘아보는 무서운 얼굴을 한 팀장이 바로 옆 자리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 순간 든 생각은, 그와 같은 리더는 정말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조직에 합류한 지 오래되지 않아 본인의 입지와 존재의 확립 차원에서 기존 담당자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상습 공개비판 집행자였다. 그는 대체로 서로가 주 수신인이자 발신인일 때, 여럿이 참조로 포함되었을 때, 그리고 얼굴이 보이지 않는 온라인 공간에서 주로 나를 비판했고, 그건 폭력에 가깝다고까지 생각이 들었다. 그가 팀장으로 새로 입사한 지 한 달여, 기존에 진행되던 일들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업무를 꼬고 비틀다가 회사의 십 년 대계인 중요한 브랜드 전략까지 산으로 끌고 가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다른 방향을 제시하자 ‘자신을 인정하지 못해 하는 반대를 위한 반대 아니냐’며 감정적인 불쾌함을 드러낸 일이 있었다.

팀장은 이후 나와의 대화를 기피했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티타임을 요청하곤,  ‘오신 지 한 달 조금 넘었는데, 요즘 좀 어떠신가요?’라고 안부를 묻자 ‘하위 직급자가 리더에게 질문할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며 이상한 답을 했다. 이 순간, 이 사람과는 신뢰의 강을 서로 반대로 건너고야 말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핀잔주기, 업무 중 모욕적인 발언하기 (이를테면, ‘어디서 어떻게 일을 배웠는지 모르겠는데 …’와 같은?), 하던 업무를 상의 없이 다른 직원에게 넘기기 등등, 당시에는 이런 일들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는 사실도 모르고 팀 안에서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 소통을 시도했었다. 대체로 바뀌는 것은 없었지만.

‘좋은 관계란 무엇일까’,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는 있을까’와 같은 막연하고 현실감 떨어지는 고찰만 주야장천 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그와 같은 리더는 절대로 되지 말아야지’였다.

… 온오프라인 소통에서 상호존중은 보이지 않았고, 실수나 착각엔 지나치게 예민하며, 과거에 집착하고, 미래엔 공감하지 못하는 리더. 제안을 ‘통보’로 받아들이고, 피드백에 불쾌해하며, 의견 개진에 ‘무례’하다며 맞서는 소통들,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이러한 과정 중 자주 들었던 이야기가, ‘스스로를 돌아보세요’ 라거나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아요’이거나 ‘그걸 내게 물어볼 입장은 아닌 것 같은데요’였습니다. 참담했고 절망스러웠습니다.

본부장님이 처음 해주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권위나 존중은 그런 리더에게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하도 답답해 썼지만 결국 보내지 못한, 조직 전체의 리더인 본부장님께 쓴 편지 중 일부다.

 

#수영장에서 오줌 누기

 

이직한 회사에서는 리더를 맡았다. 직급은 부팀장이었지만 팀장과 업무 영역이 나뉘어 사실상 파트 리더의 역할이었다. 중간 관리자이다 보니 대체로 임원과 같은 의사 결정권자들과 소통할 일이 많았다.

임원과 부장은 같은 회사 출신이었다. 그들은 습관적으로 과거 대기업 시절의 영광을 추억하듯 말하곤 했다. 그들은 출신 회사뿐 아니라 아랫 직급자를 대하는 태도도 비슷했다. 특히 부장은, ‘큰 조직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습관적으로 비교하듯 말하며 사원들을 나무라곤 했다. 마치 자주 ‘누구누구네 아들은 어떻다더라’ 하며 비교하듯 이야기하는 엄마들처럼, 리더의 이런 발언은 직원들의 의기소침과 동기삭제의 계기로 충분했다.

‘적당히 하시죠’

입천장 끄트머리까지 나왔으나 끝내 이 말을 삼켰다. 외부에서 손님이 방문해 하던 회의 중이었기 때문이다. 부장은 손님이 참석한 회의 자리에서도 종종 ‘얘가 아직 어려서’, 혹은, ‘너 또 까먹었지?’와 같은 말로 부하 직원의 실수를 조롱하듯 질책하곤 했다. 빨개진 건 듣는 직원의 얼굴이었지만, 그로 인한 부끄러움은 사실 회의실에서 그를 뺀 모두의 몫이었다. 내 사람을 향한 핀잔, 조롱, 험담이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임을 그는 모르는 듯 행동했다.

인류 진화의 비밀을 다룬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외)에서는, 자기 가축화 이론에 의해 타 종에 다정한 개체만이 우월한 생명력을 가진 최후의 종으로 진화해 살아남는다고 여러 실험을 근거로 이야기한다. 책에 의하면 우리는 종들 중 다정한 DNA로 진화해 온 유일한 유인원이고, 진화와 생존의 핵심 열쇠는 인정(recognition)과 존중(respect)에 있었다.

그들이 굳이 퇴화의 길을 가겠다면, 난 기꺼이 진화의 길을 가겠다.

‘리더십은 존중과 두려움의 밸런스에 기반함’ (New York Times)
#밥 잘 사주는 멋진 형

 

과거 한 리더가 회식을 하던 중 술이 거나해져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했다.

“나, 괜찮은 매니저예요?”

나는 당연하게도 ‘매우 괜찮은 분’이라고 답했다. 그가 이 질문을 할 때만큼은 꽤 멋져 보였다. ‘괜찮은 매니저가 될게요’와 동일한 수준의 노력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누구나 괜찮은 리더를 물어볼 수는 있으나 그들 모두가 괜찮은 리더일 수는 없다는 실증이었지만, 이를 스스로에게도 자문하게 된 계기로써 의미는 있었다. 나는 괜찮은 리더가 될 수 있을까? 나는 괜찮은 리더일까?

한창 일을 배우던 2-3년 차 회사원이었던 시기엔 팀장 앞에서 습관적 긴장 증후군에 시달려야 했다. 그 앞에만 서면 괜히 식은땀이 나고 말도 버벅거리곤 했다. 종이로 출력해 가져간 보고서를 받자마자 그는 자주 빨간펜을 들었다. 좋은 리더라면 되지 말아야 할 ‘마이크로 매니저’의 모습이라 생각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조금이라도 어설픈 대답을 하거나 머뭇거리면 버럭 화를 내곤 했다. 매 번의 보고 이전에 마치 수험생처럼 다각도로 준비하게 했고, 결과적으로 배움이 참 컸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 방식까지 동경하고 닮고 싶지는 않았다.

그로부터 배운 것이 일을 꼼꼼하게 하는 방식 말고도 더 있었다. 언젠가 같은 회사 동료였던 친구가 ‘그렇게 시달리고도 아직까지 연락을 주고받고 때가 되면 만나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적어도 밥은 잘 사주잖아”

고작 밥 자주 사준게 그리 고마웠을까 할 수 있겠지만, 호칭을 통일한 수평적 조직문화를 내세우고 리더십 오너십 운운하다 책임질 땐 적당히 사회적 거리를 두는 스타트업 리더들을 겪으며, 그 팀장과 열정 있게 일하고, 열불 나게 깨지고, 시원한 맥주잔에 스트레스 얼리던 그 시절이 가끔 그리워지기도 한다.

 

#수상 소감 같은 마무리

 

회사의 연구개발팀 리더는 이공학의 법칙과 혼란스러운 숫자가 가득한, 비 전공자들을 향한 배려 따윈 없는 PPT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꼭 이렇게 발표를 마무리한다.

“이번 성과는 ㅇㅇ씨가 직접 설계한 실험과 ㅅㅅ씨의 분석과 모두가 다각도로 제품을 테스트한 덕분입니다. 모두 격려 부탁드립니다”

갑자기 분위기 수상소감에 회의실에선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모두가 출발 선상에서 좌우 선수들과 파이팅을 외치다가 트랙에선 급격히 냉정해지며 서로 밀거나 할퀴는 것도 서슴지 않는 초경쟁 환경이 익숙해질 뻔할 때, 외롭게 추위에 떨다 담요와 핫초코 한잔 건네받은 듯한 이색적이면서도 따뜻한 칭찬이었다. 분명, 그 리더는 진화의 길을 가고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팀의 다른 동료로부터, 자신이 팀장에게 미움을 받고 있으며 그런 논공에서 꼭 자신은 빼고 이야기 해서 상대적 박탈감이 심하다는 고민을 들었다.

나는 그 회의실에서, 자질이 부족한 리더의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좋았을 칭찬을 목격한 셈이다.

 

#관계의 매듭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다양한 리더를 만났다. 그중에는 자기와 일하는 팀원과 소통의 문제가 있다는걸 느낄 때, 그걸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리더와 그냥 무시하는 리더가 있었다. 그냥 무시할 경우 그저 당장 신경쓸 일이 없어 편할지 몰라도, 균열이 벌어지면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기도 했다. 어쩌면 요즘 감정 사용 트렌드에 따라 회복의 노력보다는 무시, 외면, 혹은 회피라는 어찌 보면 ‘포기’에 가까운 선택을 하는 리더들이 많아지는 듯 하다. 그 중 최악은 사태가 심각해졌을 때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괴롭히는 유형이다. 나는 절대 그렇게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게 여러 번이다. 이런 리더의 무책임이 만연한 리더십이 우리 노동환경의 미래이거나 문화라면, 여러모로 곤란할 것이므로.

사람의 신뢰를 엮는 매듭은 당겨야 튼튼하고 느슨하면 풀려버린다. 전선처럼 잇기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당김의 골든타임을 놓쳐 버리면, 다시 견고하게 연결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리더를 맡았다. 시험대에 선 기분이다. 일을 지시할 때는 하고, 오해가 생겼거나 조율이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소통에 임하면 관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고 느낀다. 적어도, 더는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너무 멀어져버린 관계는 만들지 않으려 애쓸 것이다.

#

 

배려, 존중, 겸손과 같은 기본, 책임, 결단, 회고와 같은 자질, 인정, 칭찬, 사과와 같은 자세, 그리고 열정, 냉정, 온정과 같은 온도 등 리더의 자질을 모두 갖추는 것이 좋겠지만, 사실 리더도 사람이기에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 의미를 되새겨보자면, 좋은 리더는 사실 좋은 동료의 기준에 기반하는 듯 하다. 애써 큰 소리로 칭찬하고, ‘다 너 잘 되라고’ 날 선 말로 면박을 주거나, 직원의 실수를 여럿 앞에서 드러내는 등 누워서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만 히지 않아도 멋진 리더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어느 리더는 이직을 한 자신의 팀원이 출근하는 회사로 꽃바구니를 보낸다고 했다. 새로운 공간에서 기죽지 말라고, 이 사람은 내가 아끼던 소중한 인재라고, 새로운 곳에서도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고 전하는 축복의 의미를 담는다고. 바구니에 담긴 건 꽃의 모습을 한 리더의, 따뜻한 마음일 것이다.

그런 리더를 대면과 내면으로 직접 마주할 수 있길 오늘도 바라 본다.

 

표지 사진 ‘은방울꽃’ by Unsplash의 sagnol aurelie
(은방울꽃의 꽃말은 다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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