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업무 중 퇴직자 면담을 담당하고 있다. 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매번 하다 보면 퇴직의 사유가 어느 정도는 비슷하다. 예전 한 논문에서 퇴직의 사유를 4개로 구분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나누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으나 나의 업무상에는 도움이 되어 적어본다. 4개의 범위는 조직 안에서의 ‘성장(질/양적), 소통, 존중, 비전’으로 대부분은 이 내용의 ‘부족’이 퇴사 사유이다. “부서마다 담당자 간 너무 소통이 안 돼요”, “일은 하긴 하는데, 보람도 없고 회사가 더 좋아질 거 같지도 않고요”, “업체나 협력사에 욕 먹는 건 괜찮은데요, 내부 직원까지 화내고 그러면 정말 슬퍼요”. 그래서 대부분 면담 후 내용을 기록할 때 4개 항목 안에 구분했다. 그런데 4개의 범위를 벗어난 사유를 최근 발견했다. 면담을 직접 하진 못했으나, 잠깐 얘기를 할 때 그녀가 나에게 밝힌 퇴사 사유는, “쉬고 싶어요” 였다. 그녀의 말에 예전 같았으면 ‘그래도 무작정 쉴 수 있나, 대안은 있어야지’라는 생각 혹은 잔소리를 했을 텐데, 그 말이 와닿았다. 왜 와 닿았을까?

이 말을 듣고, 나의 팀장 이야기를 해 보았다. 팀장님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러다 TMI로 팀장님은 이직 시, 심지어 오늘까지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다음 날 이직할 회사로 출근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중간에 1주일 정도의 텀을 주고 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이직이 아닐까라는 결론으로 맺음이 됐다. 그 말도 맞다.

퇴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세대만의 다양한 가치와 관점이 있을 것이다.  전자는 Z세대라 워라밸이 중요하니까 쉰다는 생각, 후자는 베이비부머 세대라서 다음의 회사가 있는 상태에서 이직해야 한다는 이런 고리타분한 생각은 하지 않아야 한다. 퇴사와 이직은 세대가 아닌, ‘직장인으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데 겪는, 보통의 경력을 쌓는 데 있어 하나의 과정일 뿐 그것이 결과는 아니다. ‘퇴사 한다는 데 어디로 가느냐, 이 시국에 이직은 어떻게 하려고, 쉬면 뭐 먹고 살래’라는 질문보다는 알맞을 때에 알맞게 잘 쉬고 그 쉼이 나를 다시 회복 시켜 다음의 경력 경로를 밟는 데 도움이 되는 응원이 더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내가 사업을 할 게 아니라면 직장인으로서 경력에 대한 성장에 지치지 않고 롱런할 수 있도록 회사가 또는 스스로가 조절해야 한다.

 

그 중에도 난, 개인적으로 쉬고 싶다는 그 말이 와 닿았다. 직장인으로서 20대부터 30대 후반까지 살아오면서, 다양한 인생의 사이클을 경험했다. 그사이 결혼하고 가정이 생기니 예전에는 없던 사회적 역할들이 늘어난다. 그 역할 안에서 또 내가 감당해야 하는, 혹은 담당해야 하는 책임이 생긴다. 그 책임에서 발생하는 감정을 잘 분출하거나 해소하지 않으면 감정에 변비가 생겨버려서 직장생활이 재미없지 않음에도 한 달간 혹은 두어 달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단 생각을 한다. 그래서 Z세대, 그녀가 쉰다고 했을 때 ‘쉼’에 대해 정확한 표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육체를 쉬는 것인가? 정신을 쉬는 것인가? 아니면 직.장.만 쉬는 것인가? 

 

우리의 일은 늘 이어져 있다. 그래서 잠시의 쉼은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원하는 것에 더 집중해서 내가 바라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이 쉼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타인에게, 다른 것에 끌려가 나의 경력이 온전한 나의 것으로 쌓일 수 없다. 자, 무엇을 위해 쉴 것인가? 그 생각의 중심에 ‘자신’이 주인공이면 더 좋겠다. 아니, 그래야 한다. 그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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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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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_
외부필진
Ryu_
30 일 전

마지막 문단이 너무 와닿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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