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살던 어느날 아내가 불쑥 이런 말을 했다
“여행가고싶다”
“지금도 여행중이잖아”
아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이런거 말고 진짜 여행”
마치 꿈 속에서 꾸는 꿈같은 것인가?아니면, 꾸역꾸역 밥을 입 안으로 밀어넣으며, 정말 맛있는 걸 먹고싶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말인가? 여행이 길어지면 생활처럼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충분한 안정이 담보되지 않으면 생활도 유랑처럼 느껴진다.
-김영하 <여행의 이유> 중 발췌
A차장은 커리어 관련 설문지를 작성하다가 문득 멈칫 한다. 왜 김영하 소설가의 그 문구가 문득 떠오를까. 우리는 일상에서 무료해질때 쯤 여행을 찾고, 여행이 지칠때쯤 편하고 익숙한 집이 떠오른다. 일상에서는 여행을(일탈을) 꿈꾸고, 정작 떠난곳에서는 내집만한 곳이 없다며 익숙한 곳을 그리워한다.
직원들은 끊임없는 발전을 원한다. 자신의 인생의 절반을 차지하는 직장에서 본인의 성취와 성장을 원한다. 직장 안에서 그 욕구가 장시간 (사람마다 맷집이 다르듯 견디는 시간의 편차는 있다.)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직을 꿈꾼다. 사람마다 그 성장의 정의도 다르다. 지난 글에서 다뤘듯 그 연령대에 따사, 본인만의 인생 아젠다에 맞춰 이루고자하는 성장의 초점도 다르다. 그 어떤이는 더 나은 연봉을, 어떤 이는 더 나은 권한을, 어떤이는 더 나은 안정감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성장을 원하는 조직에서 안정을 추구하고 변화를 거부하며 현실에 안주하는 직원은 불편하다. 인간의 본성이 그렇듯 크나큰 관성의 법칙이, 익숙하고 효율적인 길을 택하게한다. 혁신은 불편하고 불안하며 에너지를 쏟는 양에 비해 그 결과를 보장하지 못한다. 회사에서 분기마다 실적을 쪼고 결과를 내라고 다그치면서 동시에 혁신적이길 원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혁신 그자체는 절대 효율성에서 나올 수없기 때문이다. 프레임 밖에서 생각하는 것은 생각보다 여유가 있을 때, 쫒기지 않을때 어느순간 문득 생각나기 마련이다. 물론, 그 아이디어를 실천할 수있는가는 또 별개의 문제다. Fearless organization, 그대의 조직은 두려움 없이 그대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논할 수있게 하는가? 그것은 회사조직의 문화의 문제로 번진다
A는 아래와 같이 설문 문항을 작성해본다. 이걸로 충분한가? 고개를 갸웃한다.
Question: 당신에게 현재 회사에서의 커리어의 성장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Select your top 3 choices)
1.승진
2.다른 업무경험 기회의 확대
3.멘토링 등 직장 내 다른 부서와의 교류,네트워크
4.더 많은 교육 기회의 확대(job related learning opportunities)
5.연봉 상승
6.리더십의기회 (people manager, team manager etc.)
7.워라밸
8.기타
국내 대표 IT 기업의 이직률은 해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해고와 정년퇴직자를 뺀 자발적 이직자가 330명으로 2020년 171명에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이직률은 6.3%에서 9.5%로 뛰었다. 같은 기간 네이버와 엔씨소프트의 이직률도 각각 3.7%에서 6.0%로, 4.6%에서 7.9%로 높아졌다. …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4.9년으로 5년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2020년 카카오 직원들은 평균 6.3년 근무했는데 1년 만에 퇴직 시기가 1.4년 단축됐다. 선망의 직장인 카카오에서조차 직원들이 5년도 채 안 돼 이직한다는 뜻이다.
특히 20대 직원들의 이직이 크게 늘었다. 카카오의 30대 미만 직원은 2020년 625명에서 지난해 986명으로 58% 늘었는데 이 연령대의 자발적 이직자는 37명에서 143명으로 약 4배로 급증했다. 네이버의 20대 이직자도 같은 기간 34명에서 54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동종 업계 이직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지만 최근 이직 시장에서는 업종 파괴 현상이 눈에 띈다고 채용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는 국내 대형 IT기업과 핀테크, 스타트업 등 이종 업계에서 경력직 개발자를 대거 채용했다. 한 IT기업 채용담당자는 “현대차 또한 울산공장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면 더 이상 올드한 기업이 아니다”며 “현대차가 주도하는 전기차나 로봇은 2030 개발자들에게도 충분히 관심을 끄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 직원들의 인식 변화도 ‘이직의 시대’를 열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에서 과장급으로 일하던 30대 한 직원은 최근 쿠팡으로 이직했다. 연봉을 더 올려주겠다는 제안에 ‘영원한 삼성맨’이라는 딱지를 포기한 것이다. 이 직원은 “주변 동료들의 이직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평생직장은 더 이상 없다는 생각을 굳혔다”며 “워라밸 또는 높은 연봉을 찾아 언제든 움직이려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출처: 한국 경제 2022년 7월10일자 기사 중 발췌- “이직도 능력이죠”…카카오 직원들도 5년 안 돼 관둔다)
이직의 이유, 이직의 증가. 이제 더이상 수동적으로 직원들을 “잡기위한” 수단은 옛 말이라는 생각이 퍼뜩 든 A차장이다. 더 이상 직원들은 “이 회사에 있기 싫어서”만 떠나는 건 아니다. 그 것은 더 나은 경험과 성장, 그리고 자신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함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직원들이 그 회사를 떠날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채워지지 않는 그 무언가가, 개인의 노력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채워지지 않을때 직원들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더 나은 성장의 경험을 위해 떠난다.
20 대의 자발적 이직률이 3년새 네배가 증가했다는 카카오의 경우 젊은 연령대의 이직을 위한 순환의 시기가 더욱 짧고, 연봉이나 성장의 경험이 이직에서 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당신의 조직에서는 내부에서 업무를 확대하거나 변경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가? 그 것은 이제 당신의 생각보다 더 큰 인재유치의 관건이 되었을 수 있다.
앞 서 위에 물어본 설문지의 질문이 질문이 커리어 발전의 충분조건을 묻는다면 아래의 질문은 조직의 커리어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을 묻는다.
Question: 당신에게 현재 회사에서의 커리어의 성장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무엇입니까?
- 매니저와의소통의 부재
- 불투명한회사의 승진 프로세스
- 커리어 관련 툴이나 교육의 부족
- 회사의정치적인 줄타기와 관계중심적인 승진발탁
- 회사의 미래에대한 비전의 부재
- 과도한 업무
- 승진이나 업무 변경의 기회 부족
- 기타
글을 읽는 여러분도 느낄 것이다. 무엇이 중한지. 어떤질문이 먼저 해결되어야 직원들이 굳이 밖에서 기회를 찾지 않을지. 모든 것이 갖춰져있어도 떠날 사람은 떠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익숙한 곳을 떠나 이직을 감행할 때에는 도저히 자신 개인의 힘으로 무언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했을 때다. 유능한 직원들을 잡고싶은가? 그들은 왜?어디로? 무엇을 하러 떠나는가?
여행이 길어지면 생활처럼 느껴진다. 재직 기간이 길어질 수록 직원들은 일탈을 꿈꾼다. 우물 밖여행을 꿈꾸고 다른 회사를 기웃거리게 된다.
그렇지만 마찬가지로 충분한 안정이 담보되지 않으면 생활도 유랑처럼 느껴진다. 잦은 이직과 잦은 업무 변경또한 안정감이나 충분한 성장의 경험을 담보하지 못한다.
과유불급. 이 시대의 이직의 적절함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당신의 회사의 적절한 In& out의 밸런스는 어디에 있을까.
공감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유익하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힘이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