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조직문화가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단번에 답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질문입니다. 하지만 질문을 조금만 바꾸면 답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 이후에 조직문화가 더욱 중요해질까?” 저는 감히 Yes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지금부터 코로나 이전, 코로나 발생, 코로나 이후 3단계로 나누어 코로나 이후 조직문화가 왜 중요해지는지 말해보려 합니다.

1. 코로나 이전: 한국 기업들의 조직 내 가치갈등의 심화

지금은 코로나라는 키워드가 유행하고 있지만 코로나가 없었던 2019년에는 ‘세대갈등’이라는 키워드가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9년도에 실시한 세대간 인식조사 결과 63.9%가 세대갈등을 경험했다고 답합니다. (대기업 11개, 중견기업19개, 총 12,920명 참여)

직장인들이 세대갈등을 겪는 상황이나 장면들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의사결정 장면을 예로 들면 윗세대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방적으로 업무지시를 하고 아랫세대는 이런 상명하복식 의사소통에 답답해합니다. 회식 같은 경우 윗세대는 조직 단합과 소통을 위해 회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젊은 세대는 회식을 해도 장소 예약, 고기 굽기 같은 의전의 연속이라고 생각해서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이 다른 건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각 세대가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개인의 가치관, 신념 등도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대학생활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386세대는 독재정권에 맞서서 학생운동을 열심히 했던 세대입니다. 집단으로 똘똘 뭉쳐서 다같이 행동하는 집단주의 가치관을 내재화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취업을 위해 ‘각자도생’으로 스펙을 쌓았던 세대입니다. 누구도 이들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고 오직 스스로 살아남아야 했던 세대입니다. 그래서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중시하는 개인주의 가치관을 내재화하게 됩니다.

이처럼 너무나도 서로 다른 성장배경과 가치관을 가진 구성원이 한 시대, 한 조직에서 일하는 ‘비동시성의 동시성’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세대갈등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렇게 다른 가치관을 가지게 되면 선호하는 조직문화 유형도 달라지게 되고, 상반되는 문화들이 조직 내에서 긴장관계를 일으키게 됩니다.

논문 <꼰대, 한국기업 조직문화 차원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 기업들은 역사적으로 수직적-수평적, 집단주의-개인주의, 온정주의-성과주의의 긴장 관계에 있습니다.

앞서 예로 들었던 세대갈등의 사례들은 표면적으로 세대갈등이지만 그 이면에는 조직문화 상의 갈등 관계가 숨어있습니다. 의사결정 과정의 갈등은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는 윗세대와, 직급에 따른 구분이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보다 나은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려는 아랫세대의 문화, 즉 수직적 문화와 수평주의 문화의 충돌입니다. 회식 같은 경우 개인보다는 조직을 우선시하는 집단주의, 조직보다는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개인주의의 충돌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갈등들이 더 이상 수면 아래 잠들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올해 초에 있었던 성과급 논쟁이 대표적으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사례입니다. 바로 이런 조직문화상 갈등이 지속되던 상황 속에서 코로나가 터지게 됩니다.

2. 코로나 발생: 새로운 문화를 지향하는 기업들의 성장

코로나가 만들어낸 다양한 변화 중 디지털 경제 가속화 측면에 주목해 봤습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서 나온 <코로나 19 이후, 일반인의 IT활용 변화>를 살펴보면 실제로 코로나 이후 일반 시민들의 IT이용이 크게 증가한 걸 알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은 방역정보이고 그외에도 유튜브, 음식배달, 원격회의, IPTV/OTT 사용이 증가합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이렇게 이용이 증가한 활동들을 보면 이와 연관되는 기업이나 서비스들이 바로 떠오르게 됩니다. 음식배달은 배달의 민족, 쿠팡 이츠, 요기요, OTT는 넷플릭스, 상거래는 쿠팡, 포털은 네이버, 카카오 같은 기업들이 떠오릅니다.

코로나가 어떤 산업군에게는 재앙과 같은 사태였지만, 어떤 산업군에게는 성장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코로나 시기를 기회로 삼아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네이버, 카카오는 매분기 최대 매출, 실적을 갱신 중입니다. 쿠팡도 매출이 큰 폭으로 뛰었고, 나스닥 상장이라는 이벤트까지 발생합니다. 우아한 형제들은 코로나 시기 매출이 2배 오르고, 토스는 같은 시기에 매출이 3배 상승합니다. 이처럼 코로나 시기에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코로나로 인해 성장한 기업들, 쉽게 말해 돈이 많아진 기업들은 그 돈을 어디에 쓸까요? 그 힌트는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 투자를 받은 야놀자 대표님의 인터뷰(중앙일보, <“우린 혁명 중” 5년 만에 기업가치 40배 키운 야놀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투자받은 돈을 어디에 사용할거냐 물었더니 인재영입에 사용하겠다고 답변합니다. 코로나 시기 성장한 회사들은 충분한 자금을 확보했고, 인재영입에 있어서도 충분한 처우를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게 됩니다.

또 하나 재밌는 점은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들의 문화는 전통적인 기업들의 문화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시기에 성장한 회사 중 외부에 공개된 자료를 통해 쿠팡의 문화를 살펴보겠습니다.

쿠팡의 리더십 원칙 중에는 [Influence without Authority]가 있습니다. 지위가 아닌 지식이 권위가 된다는 원칙으로, 보통의 회사들은 직급이나 연차가 높은 사람의 의견이 회의시간에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면, 쿠팡같은 경우는 오직 아이디어, 본인의 인사이트에 기반해서 회의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만약 연차가 낮더라도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면 윗사람의 의견에 반대할 수 있는 문화를 말합니다.

또 하나의 원칙은 [performance driven]입니다. 쿠팡에서는 근속연수, 나이, 경력 같은 것들은 승진에 고려요소가 아니고 오직 성과, 퍼포먼스만이 고려 대상이라고 합니다.

앞서 한국 기업들은 수평-수직, 성과주의-온정주의 긴장관계라고 이야기했지만 쿠팡같은 경우에는 수평적인 문화, 성과주의 문화를 명확히 지향하고 있어서 앞서 이야기했던 문화적 갈등에서는 벗어나 있겠구나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IT기업들은 수평적 문화, 직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문화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의 문화가 무조건 맞다, 절대적 선이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기존의 전통적인 기업들의 문화와는 다른 문화를 지향하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이로 인해 구직자들에게는 또 다른 선택지가 생겨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재들은 어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싶어할까요?

3. 코로나 이후: 인재영입에 있어 조직문화의 중요성 부각

앞으로 조직문화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기업들이 구직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가 바로 조직문화이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선호했던 주요 대기업의 잡플래닛 평점과 요즘 뜬다는 IT기업들의 평점을 비교해봤습니다. 우선 복지나 급여는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수는 바로 사내문화입니다. 다른 항목보다 유독 차이가 많이 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비슷한 처우면 더 좋은 문화 속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고, 앞으로 구직자들에게 전통 대기업 못지 않게 IT기업들의 인기가 높아지겠구나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조직문화 중요해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흔히 말하는 MZ세대가 조직문화를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MZ세대 10명 중 6명, “조직문화 불합리하면 ‘짐 쌀 준비한다’”> 기사에 의하면 설문응답자 2030세대 971명의 77.7% 불합리한 조직문화를 경험한 적이 있으며 불합리한 조직문화를 경험하면 응답자의 60.7%가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합니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회사 내부 사정을 알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조직문화가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잡플래닛, 블라인드를 통해 쉽게 회사에서 일하는 현직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고, 리멤버 커리어나 원티드 같은 이직 사이트를 통해 과거보다 쉽게 이직이 가능해졌습니다. 쇼핑을 할 때 디자인, 가격, 품질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구매하는 것처럼 일하는 회사도 여러요소를 고려해서 선택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재영입에 있어 조직문화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생각은 최근의 은행업계를 보며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습다. 요즘 은행업계의 화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입니다. 그런데 전통은행들은 DT에 필요한 필수 인력, 개발자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보수적인 문화 때문입니다. <“갈 이유가 없다”…개발자들에게 외면받는 은행들>이란 기사를 보면, 복장부터 풀정장에 하나하나 결재를 맡고 보고해야 하는 문화가 개발자들에게는 전혀 매력적이 않고, 이로 인해 은행업계 취업을 꺼린다고 합니다.

반면에 전통은행과 달리 새로운 문화로 무장한 인터넷 은행들은 다른 상황입니다. 토스 같은 경우 개발자 모집이 성황을 이룬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고 카카오뱅크는 전체 인력의 40%가 IT전문인력이라고 합니다.

이들이 인력 모집에 우위를 차지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조직문화입니다. <4차산업혁명 벤처투자협의회>에서 카카오 뱅크 윤호영 대표가 했던 강연 내용을 살펴보면 카뱅의 직원 30%가 기존 금융권에서 온 사람이고 이들이 온 이유를 살펴보면 금융권의 보수적인 문화가 싫어서라고 합니다.

똑같이 인력을 모집하는데 전통은행은 모집이 안되고, 다른 한쪽은 모집이 잘 되는 상황입니다. 둘을 가른 결정적 차이는 바로 조직문화입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인재영입이 늦어지면 전통 은행들의 DT는 늦어지게 되고, 이는 서비스 품질의 떨어지는 결과를 낳고, 결과적으로 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집니다. 조직문화가 기업생존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전통적 문화를 가진 기업들에게는 조직문화 변화에 대한 압력은 시간이 갈 수록 점차 거세질 것입니다.

물론 새로운 문화를 지향하는 기업들에게도 숙제는 있습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 새로운 인력이 유입되고 기존의 문화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대기업 꼰대 피하려다 판교서 ‘젊꼰’ 만났네요”…스타트업 탈출하는 MZ세대>라는 기사의 내용을 보면 기업규모가 커지면서 외부인사들이 영입되어 오히려 문화가 흔들리고 보수화되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장점은 유지하고, 어떻게 단점은 보완할 수 있을지 고민되는 시점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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