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직무 순환
A과장은 입사하여 줄곧 HR부서에서 직무를 수행했다. 처음 했던 직무는 채용이었다.
당시 채용 업무는 모두가 기피하는 직무 중 하나였다. 입사 지원서를 서류로 받아 엑셀로 입력하고
지원자의 특성을 항목별 분석하였다. 1차 면접부터 밤 늦도록 입사지원서를 복사하여 면접관에게 제공한다.
2차 면접이 되면 대상자별 인적사항을 분석해 출력하고, 입사지원서를 복사해 제공한다.
시간이 없는 상태에서 자료 분석과 복사는 고역이었다. 대리가 되어 사원 평가와 승격 직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평가와 승진 전반에 대한 업무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추진하는데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고,
이제는 제도 개선을 할 수 있는 단계가 되었다. 평가와 승진 업무만 현재 5년차이다.
회사는 한 직무에 5년 이상 근무할 수 없게 되어 있다. A과장은 팀을 떠나 완전 새로운 직무를 경험할 것인가?
HR팀에서 보상이나 인재육성 직무를 수행할까 고민 중이다. 팀 내부에서는 보상 업무를 수행하기를 원하지만,
A과장은 HR팀에서 쌓은 인맥을 중심으로 회사의 주력인 영업에서 경험을 쌓고 싶어 한다.
당신이 팀장이라면 A과장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결정을 하겠는가?
공기업과 국가 기관은 강제 직무 순환제도가 있다. 기업과 기관의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일정 기간이 되면
직무 또는 부서를 옮겨야 한다. 직무 순환이 주는 장단점이 있다. 순환 근무를 통해 전사적 관점의
업무 프로세스 이해와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폭 넓은 지식을 함양할 수 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반면 직무의 전문성은 관리자,
경영자가 되기에는 필요하지만, 한 직무의 전문가로 성장하기에는 제약 요인이 된다.
R&D와 같은 전문성을 요하는 직무는 직무 순환이 없이 그 직무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요구된다.
직무 전문성의 차이가 경쟁력이 되어버린 현실에서는 핵심직무에 대한 전문가 육성은
회사의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 사항이다.
기존 직무와 다른 직무에 배치하는 경우 어떤 원칙과 기준을 갖고 실시해야 하는가?
직무 순환의 원칙 또는 기준이 있는가?
A회사는 생산직을 제외한 임직원 인재 육성 차원에서 직무 순환을 실시하기로 결정하였다.
조직의 반발을 우려해, 직무 순환에는 생산 현장을 제외하고 하나의 예외가 없다고 강조하였다.
직무 순환의 원칙은 크게 3가지였다.
한 직무를 5년 이상 수행할 수 없고, 한 부서에서 10년 이상 근무할 수 없다.
팀장 이상 임원은 한 조직에서 5년을 근무할 수 없게 하였다.
전략팀을 맡고 있던 김팀장은 5년이 되어 영업1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변의 우려가 많았으나,
워낙 세심하고 합리적인 업무 처리를 해왔고, 영업 문화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김팀장은 영업팀에서 하는 일하는 방식이 주먹구구식이고, 현장에서의 의사결정이 본사의 전략과 맞지 않은 부분도 많고,
출퇴근 시간도 엉망임을 알게 되었다. 내부 룰을 정하고, 개개인별 의사결정 사항은 전부 보고하도록 했다.
출퇴근을 명확하게 했고, 1주일에 1번 전체가 모이는 회의를 진행하였다. 점차 무질서하던 조직과 일 처리가 자리가 잡혀가고,
직원들의 근태는 확실하게 지켜졌다. 매주 팀원들의 실적과 계획에 대한 발표도 이어졌고,
이 미팅에서 팀장의 점검과 강조사항이 전달되었다. 하지만, 팀원들의 모습에서 웃고 떠들며 자유롭던 생동감이 사라지고,
팀이 아닌 개인화되는 모습이 보인다. 팀원들이 던지는 과제로 김팀장은 야근하는 날이 많아만 가고,
주말에도 출근해야만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건은 호전되지 않고, 스트레스만 쌓여가고
급기야 영업 본부장으로부터 실적부진과 조직원 사기저항에 대한 질책을 받게 되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인가?
직무순환을 통해 인재를 육성하려는 회사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3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전 직원의 직무순환은 직원이 가진 가치관과 강점을 기반으로 직무 순환을 해야 한다.
자신의 가치관과 강점에 기반한 직무 순환이 아닌 회사의 의지, 본인의 막연한 희망에 따라 직무 순환을 했을 때,
회사는 물론이고 개인에게 미치는 부정적 요인은 너무 크다.
본인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직무로의 직무 순환이 이루어져 조직 적응하고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모든 직원의 강제 직무순환 보다는 회사와 개인의 니즈에 따른 선별적 기준을 정해
매년 일부 직원에 대한 직무 순환이 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둘째, 미래 경영자에 대한 선제적 직무순환이다. 직무 관련성이 매우 적은 중요 직무를 수행하게 하는 경우이다.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회사의 밸류 체인의 중요 직무 경험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담당하는 기업의 경우, 원료 구매, R&D, 생산, SCM, 마케팅(영업), 재무, 홍보, 인사,
전략 부서에서의 경험이 있다면 종합적이고 전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책이나 전문가의 설명을 통해 아는 것보다 직접 실행하며 고민하고 결정한 경험이 주는 영향력은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중요 직무를 대부분 수행하게 하는 것을 모든 임직원에게 제공할 수는 없다.
회사의 미래 경영자가 될 수 있는 차세대 핵심인재를 선발하여 직급이 낮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매년 엄격한 심사 과정을 통해 자질을 검증하고 IN – OUT을 실시하여야 한다.
셋째, 회사의 경쟁력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핵심직무에 대한 직무순환이다.
핵심 직무를 선정하고 이 직무에 근무하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직무 단계별 수준(지식, 경험, 자격 등)을 정해
이 핵심직무 안에서 성장하고 성과를 창출하도록 해야 한다.
중간에 리더십 교육을 하거나, 관련 부서에 3~6개월 정도 파견 근무를 할 수는 있지만,
핵심 직무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핵심직무 종사자의 육성은 철저하게 직무 중심으로 설계되어 직무의 깊이에서 경쟁력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