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으로 유학을 간 조카가 방학때 한국에 들어왔을 때 문득 생각이 나서 물어보았다. “한국 학교랑 영국학교랑 뭐가 젤 달라?” 대답은, “영국학교 친구들 중에는 Bi 가 진짜 많아요!”
이제 초등 6학년인 조카로서는 꽤 충격적 이었나보다. Bi 는 Bisexual 를 의미하는 표현으로 성을 하나로 정의하지 않거나, 하나의 성에만 이끌리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비슷한 표현으로 논바이너리 (Non-Binary) 는 성별/젠더를 남성, 여성 둘로만 분류하는 기존의 이분법적 성별 구분을 벗어난 종류의 성 정체성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위키백과)
어렸을 때 나는 게이, 레즈비언 친구가 없었다. 한번도 LGBT+ 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도 없고 토픽이 화두에 있었던 기억도 별로 없다. 오히려 금기어처럼 꺼내기 어려운 단어, 이상한 사람 취급 당할까봐 대놓고 이야기 질문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최근 영국 동료에게 비슷한 경험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 동료는 학창시절에 게이, 레즈비언, 퀴어 친구들이 항상 주변에 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특이점’ (difference) 이라고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다고 한다. 생물학적 성별 (sex) 과 본인 스스로 정의하는 젠더 (gender) 는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특별히 의문점을 가지지 않았다 한다. 모든 성이 특별히 ‘정상’이라고 받아들여지는 ‘허락’ 단계 자체가 없는 것이다.
최근 갤럽 조사에 의하면 미국 인구의 7.1%가 스스로를 LGBT+ 로 정의내리고 있다. 이는 1년전에 비해 1.5 포인트 증가한 수치이며 10년전에 비해 두배로 증가한 수치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Z세대의 경우 20.8%로 2017년에 비해 약 2배가까이 증가해 단기간에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여준다. (출처: gallup.com) 미국 Z 세대 중 6명중 1명이 양성애자 (bisexual), 비슷하게 일본에서도 중국에서도 LGBT로 파악된 인구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한국은 어떨까? 유독 한국에만 LGBT 인구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있는데 드러내지 못하는 것일까? 한국에서도 비슷한 인구 비율의 LGBT+ 가 있고, 증가하는 추세라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인재를 일터로 초대하지 못하거나 이미 초대된 인재들의 정체성을 끌어안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 포용적 리더십으로 허물어야
유독 우리는 정상적인 삶은 이러하고 비정상적인 삶은 이러하다는 규범에 길들여져 왔다. 조금 다르면 이상한 사람, 같이 어울리기 힘든 사람 그래서 우리 조직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으로 결론은 이어진다. 자기와 비슷한 사람에 끌리는 인간의 본성에 너무도 충실해 왔다. 조금이라도 평균의 범위에서 벗어난다 싶으면 스스로 혹은 상대를 비난하기 여지없었던 것 같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움직이면 ‘때가 되었다’고 한다. 최근 기업들이 법적 가족에서만 허용했던 혜택과 권리를 기업의 복지와 혜택 정책으로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기업에서의 다양성과 포용 활동은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노력이기 때문에 실행전략은 필수다. 단순히 착한기업의 선행활동으로 보여주는것이 아닌, 비즈니스 본질과 결부시켜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직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부터 행동을 이끌어 내고 최종 서비스를 제품에 녹여내는 것까지 세밀한 계획이 수반되어야 한다.
아래는 몇가지 LGBT+ 포용활동 관련 기업들이 하고 있는 활동들이다.
- 항공사의 동성결혼 부부 마일리지 인정 (현재 한국에서는 동성결혼을 합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 결혼 관련 축하금, 보조금 지급시 동성부부 인정
- 성소수자 혐오반대의날(IDAHOTB)* 을 기념하는 사내 무의식적 편견 교육
- LGBT+ 그룹을 지지하고 행동하는 알라이 (Ally) 모임
- 가시적 인지향상을 위한 이메일 시그니처 무지개 심볼 권장
- 이메일 시그니처에 성별 인칭대명사*를 포함을 권장
- 예를들어, 스스로를 여성이라 정의하는 사람이 명함에 she/her/hers 를 추가하면 신체적 특성에 따라 성별을 단정짓지 말라고 자신을 사회적으로 정의한 성으로 불러달라는 의도가 있다.
- ‘그’ 나 ‘그녀’ 가 아닌 중성 인칭대명사를 써야할 경우 자신을 They, them, their 이라는 인칭대명사로 부르는데 이는 실제 ‘복수형’ 의미가 아닌 ‘중성’을 지칭하는 의미라 보면된다. – (복수가 아닌 한 사람을 지칭)
이처럼 기업이 할 수 있는 노력은 많이 있다. 산업에 따라, 고객접점, 서비스/제품에 따라 할수 있는 노력 또한 다양하다. 총 인구의 최소 3~7%를 차지하는 LGBT 인구를 무시하고 우수한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직원 몰입도 관점에서도 LGBT 직원들이 성정체성의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일하는 것과, 자신의 정체정을 숨기며 일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생각해 보라. 주말에 뭐했냐고 물어보는 질문에, 함께 시간을 보낸 내 동성파트너의 타이틀을 숨기고 둘러대야하는 심리 상태를. 어떤 사실을 숨기거나, 거짓으로 둘러대거나 했을 때와 편안하게 자신을 숨김없이 드러낼때 – 언제 더 좋은 아이디어가 발현이될까?
지금 당신이 속해 있는 조직의 문화가 경직되어 아래로부터 다양한 의견이 나오지 않는 긴장상태라면 진지하게 고민해 보길 바란다. 성소수자의 문제는 인권의 문제이고, 모든 ‘마이너리티’의 문제이다. 빨주노초파남보 – 진짜 무지개에서 경계선을 본적이 있는가? 경계선 없이 오묘하게 섞인 그자체로 예쁘게 빛나지 않던가!
*용어정리*
- IDAHOTB: 국제적으로동성애혐오Homophobia, 트랜스 혐오Transphobia, 양성애 혐오Biphobia를 반대하는 날”을 뜻함.
- LGBT: 성적소수자들을 이르는 말.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앞 글자를 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