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재개발협회(Association for Talent Development, 이하 ATD)는 매년 10,000여명 이상이 모이는 HR컨퍼런스를 주최하고 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개최되었는데 최근 들어 달라진 점이 있다면 COVID-19의 영향을 받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ATD 컨퍼런스는 세계 각국 및 기업의 HR담당자 및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장이자 HRD의 트랜드를 살펴볼 수 있다.
그래서 직접 참가하지는 않더라도 컨퍼런스가 종료되면 다양한 형태의 자료가 보고(debriefing)되고 공유되며 필요에 따라서는 조직 내에서 별도의 학습도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 열린 ATD21에서 다루어진 내용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300여개 정도이며 COVID-19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2020년에만 한시적으로 개설되었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과 가상훈련(virtual training) 트랙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각 트랙별 다루어지는 내용의 증감 추이로 볼 때 몇 가지 주목해봐야 할 점이 있다.
먼저 과거에 비해 리더십 개발(leadership development)과 경력개발(career development)에 대한 비중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대략 150% 이상 증가했다. 이는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한 비즈니스 환경, 구성원들간의 관계 그리고 근무형태의 변화 등과 관련된 것으로 여겨진다. 아울러 이와 같은 변화에 따라 구성원들의 몰입과 조직관리 측면에서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COVID-19 상황에서도 전통적으로 다루어지고 관심을 보였던 영역들이 회복되거나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인재경영(talent management), 교수설계(instructional design), 교수법(training delivery), 학습기술(learning technology), 학습과학(the science of learning), 학습분석(learning measurement & analytics) 등인데 이와 같은 영역은 여전히 HRD의 기본이며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울러 COVID-19 확산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증가된 영역도 있다. 이른바 소셜 러닝(social learning), 마이크로 러닝(micro learning), 블랜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등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것들이다. 이는 비대면 교육의 확산과 학습환경 조성에 따른 것으로 이를 위한 교수설계 및 매체 그리고 전달방법 등이 주를 이룬다.
물론 단순한 비교지만 전반적인 추이를 보면 COVID-19이 HRD에 있어 변수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다행스러운 것은 통제불가능한 변수가 아니라 통제가 가능한 변수라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HRD에서 생각해봐야 할 점들이 있다. 우선 HRD가 교육(education)에서 학습(learning)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학습의 변화는 HRD 현장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학습자의 능동성과 자율성 그리고 적극성 등이 전제가 되어야 하지만 이미 학습자 중심의 교수설계가 이루어지고 있고 학습자의 경험과 호기심에 기반한 콘텐츠들이 개발되고 있다. 학습공간은 물리적 공간뿐만 아니라 가상의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다음으로는 HRD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가치에 기반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다양한 색의 본질은 RGB(Red, Green, Blue)다. 이 세 가지 색의 조합으로 수많은 색이 만들어지는데 HRD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HRD의 본질에 기반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을 비롯해서 심리학, 조직행동, 경영학, 경제학 등에 대한 연구와 학습은 필수불가결하다.
또한 HRD는 HRD 자체가 지니고 있는 독립적 가치뿐만 아니라 보완재적 가치와 고객기반 가치를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보완재적 가치는 HRD가 매개가 된 가치를 의미하며 고객기반 가치는 HRD의 주체와 객체간의 연결성에 의한 가치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성과 다양성에 기반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HRD는 조직냉소주의(organizational cynicism)를 해소하고 하이브리드(hybrid) 형태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조직냉소주의란 소속 조직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신, 좌절, 실망감, 무관심 등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와 태도를 의미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조직문화 개선과 리더십 개발은 우선순위가 높다.
교육방법 측면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조화를 이룬 하이브리드형 학습을 준비하고 전개해나가야 한다. 이는 이미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혼합현실(Mixed Reality, MR) 등과 같은 신기술이 HRD 분야에 접목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간의 직접적인 접촉이 갖는 매력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각종 기술로 인해 실재감이 극대화되어도 직접 손을 잡고 즐기는 데이트는 여전히 유효하며 HRD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
끝으로 HRD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생각해보고 답을 찾아봐야 한다. HRD가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고 있는지? HRD는 문제가 해결된 상태에 대한 청사진을 가지고 있는지? 유행이나 트랜드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다양한 생각과 시도를 해보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 조직과 비즈니스, 구성원들에게 적합한 HRD가 이루어지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