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모셔온 시니어, 우리 조직엔 안 맞는 사람?

어제의 해결책, 오늘의 문제

학습조직 이론의 창시자이자 경영혁신의 구루, 피터 센게(Peter senge)는 책 <학습하는 조직>에서 시스템 사고의 원리를 알아야 조직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데,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어제의 해결책이 오늘의 문제를 야기한다.”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회사의 분기 판매량이 급감했을 때 그 원인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지난 분기에 성공적이었던 할인 정책이 어쩌면 저조한 성과의 문제점이 될 수도 있다. 시간 지연 효과가 두드러지는 조직문화와 인사 분야는 더할 나위 없다. 지난 2년간 인재 채용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연봉 인상과 복지 제도는 최근의 경기 하강 국면에서는 문제로 탈바꿈된다.

어제의 해결책이 곧 오늘의 문제가 된다는 명제는 조직이 아닌 개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과거엔 기존 조직과 스타트업 간의 인재 이동이 활발하지 않았지만 몇 년 전부터 이직 사례가 자주 관찰된다. 안정된 조직에서 충분히 경험을 쌓은 시니어에게 스타트업의 새로운 문화와 경험이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온다. 반면, 급격히 성장하는 스타트업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시니어의 합류가 안정감을 만들어 줄 거라 기대한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많은 시니어가 스타트업에 입성하지만, 지금까지 자신을 있게 한 ‘경험과 연륜’은 스타트업이라는 맥락에서 ‘장애물’로 나타날 때가 많다. 기존 조직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시니어일수록 더욱 그렇다. 과연, 어떻게 해야 스타트업과 시니어가 성공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 게티이미지PRO

시니어와의 인터뷰

필자가 속한 No.1 리워드 광고 플랫폼 버즈빌(Buzzvil)도 시니어의 채용과 성공적 온보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위계 조직에 익숙하던 시니어들은 버즈빌 특유의 수평적 조직문화에 적잖게 당황해하고, 기존 구성원들 역시 다른 스타일의 리더십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한다. HR 입장에서 새롭게 합류한 중간 관리자의 이야기를 듣고자 인터뷰를 청했고 다음과 같은 대답을 얻었다. 

“버즈빌에서의 초반 적응이 정말 쉽지 않네요. 아무래도 경력직이라 스스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갖고 있는데, 분기별로 OKR도 짜야 하고, 최대한 많은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다 보니 읽어야 할 문서나 참가해야 할 미팅은 얼마나 많은지, 일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껴져요. 구성원들과 1:1 미팅을 하는 문화도 좋고 그 외에도 좋은 점이 많지만, 조직에 적응하면서 빠르게 성과도 만들어야 하는 제 입장에선 모든 게 허들처럼 느껴져요. 물론, 잘 아시겠지만 요즘 세대들(MZ세대)에 잘 맞춰 적응하기도 쉽지 않고요.”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는 것과 동시에 성과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스타트업에서 많이 활용되는 OKR? 절대 평가 시스템? 구성원들과의 1:1 미팅?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아니면 MZ세대 그 자체가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각각의 제도나 문화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익숙하지 않음’이 아닐까. 

특히 최근 트렌드는 채용, 평가, 성과 관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인사 관리를 실제 리더들이 수행하고, HR 부서는 곁에서 코칭하고 돕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 기존 조직에서 그러한 역할을 수행해 본 적 없는 경우에는 작은 것 하나하나가 모두 어렵게 느껴진다. 결국,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발전시켜 온 제도와 시스템이 그 자체로 ‘거리감’을 만들어버리게 된 꼴이다. 결국, 조직은 시니어에게, 시니어는 조직에게 한 발자국씩 걸어가는 수밖에 없다.

 

버즈빌 온보딩 사례

조직은 새롭게 합류한 시니어를 어떻게 도와야 할까? 스타트업 특성상 처음 리더십을 맡은 분들도 많다 보니, 회사 차원에서 몇 가지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첫 번째는 반기별 필독서 지급이다. 요즘처럼 미디어 자료가 넘치는 시기에 무슨 책이냐고 말할 수 있지만, 깊이 이해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목적으로 독서만 한 것은 없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성과 향상을 위한 코칭 리더십’ ‘멀티 플라이어’ 등을 함께 읽어왔고, 올해는 ‘강점으로 리드하라’를 읽고 각자의 강점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두 번째는 리더십 세션이다. 분기별 리더 대상으로 교육과 훈련이 이뤄지는데, 올해 새롭게 리더가 되거나 중간에 합류한 리더를 위해서 ‘신임 리더십 과정’도 별도로 진행된다. 올해는 총 3차시로 이뤄졌는데, 특히 버즈빌 핵심가치인 “존중과 용기를 담아 커뮤니케이션한다.”를 반영하기 위해서 ‘지지적 피드백’과 ‘발전적 피드백’ 프로세스를 소개하고 강조한다. 

기존 조직에서 제대로 된 피드백에 대한 경험이 없는 분들은 의미 있는 피드백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수고가 들어가는지 새삼 놀라기도 한다. 마지막 세션에는 대표인 John과 Young을 초대해서, 버즈빌이 추구하는 리더의 모습이나 앞으로의 기대에 대한 Q&A 세션을 진행했다. 평소에 업무로 CEO와 대화하는 때는 있지만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대화 나눌 기회는 거의 없기 때문에 색다른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리더십에 대한 지속적인 측정 및 피드백이다. 필자가 속한 EX(Employee experience) 팀에서는 구성원들의 프로베이션 면담이나 성과리뷰 결과, 그리고 퇴사 면담 시 직속 리더에 대한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듣는다. 또한, 1년 단위로 진행하는 전사 EVP(Employee Value Proposition) 설문을 통해서 구성원들이 회사와 팀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는지 확인한다. 초기에는 다소 민감한 정보이기도 하고 리더들의 사기 저하가 우려되어 중간 관리자에겐 공개하진 않았는데 작년부터 함께 더 발전하자는 의미로 구체적인 결과를 투명하게 공유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리더들이 소통에 어려워할 때 1:1 코칭을 비롯하여 적절한 피드백을 드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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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을 받아들이기

조직의 노력만큼, 개인의 노력도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스타트업에 합류한 시니어들이 겪는 공통된 스트레스는 바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불안이다. 체계가 잡히지 않은 스타트업, 비교적 경험이 짧은 팀원들, 상대적으로 많아 보이는 나이까지. 모든 요소들이 시너지를 내며 “시니어로서 뭔가 다른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강화하게 만든다. 

하지만 합류 초기에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그러한 압박감은 자신의 시야를 좁히고 조급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경우, 주위 상황도 더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는데, 솔직한 MZ 세대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하고, 스타트업 특유의 시스템이나 툴, 심지어 낯선 언어까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질 수 있다. 그렇기에 스타트업에 합류한 시니어가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내려놓기’가 아닐까 한다. 몸에 힘을 빼고,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을 비우고, 미지의 세계에 그저 머물러보는 것을 권한다.

스탠버드 대학교의 캐롤 드웩 교수는 책 <마인드셋>에서 고정형과 성장형 사고방식을 구분하는데, 고정형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인간의 많은 특성이 이미 정해졌다고 믿는다. 하지만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각자의 출발점은 다르지만, 연습과 훈련을 통해서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고정형 사고방식이 강한 시니어는 새로운 조직에서 어떻게 반응할까? 자기 자신을 증명하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애쓰기 쉽다. 거기까진 강점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은 ‘자신이 잘 모르는 영역’에 대해서 회피하거나 무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때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놀랍게도, 그때 배움이 시작된다. 성장형 사고방식이 가진 힘이 아닐까.

 

천천히 신뢰를 쌓기

조직에서의 성과는 전적으로 동료에게 의지한다. 그렇기에 시니어와 주니어를 막론하고, 새로운 조직에 오게 되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신뢰를 쌓는 것’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것, 존중하는 것, 지식을 공유하는 것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것은 ‘진심 어린 경청’이다. 만약 중간 관리자로 합류했다면 더욱 그렇다. 1:1 미팅을 통해서 팀원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고, 지금 창출하고 있는 가치와 기여를 먼저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를 넘어선 개인별 경력 목표를 파악하고, 조직과 개인이 어떻게 서로 윈윈할 수 있는지 교집합을 찾는다면 더욱 좋다.

초기 1:1 미팅에서 해야 할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 “현재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무엇이 어렵나요?” 
  •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얼마나 몰입하고 있나요? 몰입에 방해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 “현재 직무에 얼마나 만족하나요? 앞으로 경력 방향성은 어떻게 되나요?” 
  •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이며, 최근에 지속적으로 배우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 “업무 수행에 앞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요?” 

이러한 지지적 질문은 연대감과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이 된다. 

더불어 팀의 목표와 일하는 방식을 함께 정하는 것도 좋다. 필자의 팀은 반기별로 정기적으로 워크샵을 진행하는데, 팀의 목표와 핵심가치를 비롯하여 일하는 방식을 회고하고 토론한다. 팀원들의 의견들을 수용하고, 참여를 통해서 함께 비전을 만들어나가게 된다면 어느새 신뢰가 쌓여 있을 거라 확신한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균형 유지’다.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은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팀원 편이 되어선 곤란하다. 팀원들이 가진 불만을 충분히 경청할 필요는 있지만, 회사 관점을 충분한 공유해서 기대치를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 

“경영진이 결정한 사항인데 내가 뭘 어쩔 수 있겠어?”라는 말을 반복하며, 회사의 방향성에 공감하지 못하고 우리 대 그들의 구도를 만드는 리더들도 있다. 단기적으론 단합력이 강화되고 사기가 높아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조직문화를 망치는 원인이 되고 끝내 리더의 평판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만약 실제로 경영진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대표와의 1:1 미팅에서 해소되어야 한다. 위아래로 균형 있는 신뢰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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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궤도 진입을 바라며

필자가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인데, 비행기는 전체 연료의 70%를 이륙 시에 다 사용한다고 한다. 그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기류를 타며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여 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새로운 조직에 합류한 리더들도 같은 상황이 아닐까. 그 힘든 여정을 거치고 있을 시니어와 리더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또 그들이 최대한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하도록 돕고 있을 모든 HR 매니저들의 건승을 빌며 글을 마친다.

▶ <스타트업에서 시니어를 활용하는 방법> 시리즈 보러 가기

글 | 강정욱 (HR리더스 2기)
현재 버즈빌의 EX팀 리더로서 조직과 개인이 함께 성장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관심 있는 책을 읽고, 주제에 대해서 토론하고,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끄적끄적 글을 써서 공유하는 것에 관심 있다. (brunch.co.kr/@simmani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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