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인담자! 떠나라.

요즘 인사담당자는 하루하루가 참 어렵습니다.  조직의 목표를 중시하는 경영진과 개인의 행복을 요구하는 MZ세대 사이에   [확! 낀 자]가 되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MZ 세대 트렌드를 캐치하고 경영진 세대가 요구하는 방향을 조직에 잡음 없이 유려하게 전파해야 합니다. 조직의 현상 파악을 위해 주기적인 펄스 서베이(Pulse Survey)도 요구됩니다. 블라인드에서보다 더 먼저 조직의 이슈를 파악하고 음지의 문제를 양지로 끄집어내서 해결해야 하는 것도 인담자의 역할입니다.

혹자는 연착륙이라는 비행용어를 쉽게 사용하지만 쉽게 사용하는 용어라고 해서 실행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닙니다. 파일럿이 연착륙에 숙달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훈련을 하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이는지 외부인들은 모릅니다. 인담자도 연착륙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게 됩니다. 조직원들의 고충을 들어주면서 조직의 체계적 관리도 병행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수행해야 하지만, 융통성도 발휘해야 합니다. 요즘 같은 비대면 시대에 적절한 리더십 및 성과 관리 방법 가이드도 제시해야 합니다. 좋게 말하면 문제 해결자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동네북이 되기도 합니다. 조직의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과정에서 인담자들의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집니다.

 

인담자들도 자신의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합니다. 그것이 자신을 위한 길이고 조직을 위하는 길입니다.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선 먼저 스트레스에 대한 관점 변화가 필요합니다. ‘스트레스는 문제가 아니다. 관리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라는 관점의 변화입니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였던 탈 벤 샤하르는 개인의 스트레스 지수를 완화할 방법을 연구한 결과 “우리는 여태까지 엉뚱한 관점에서 스트레스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을 깨달았다.”라고 회고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나쁘다’라고 인식해왔던 스트레스는 사실 “문제가 아니었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운동은 근육에 스트레스를 가하는 것이고 꾸준한 스트레스는 근력을 키우고 몸을 건강하게 만든다. 문제는 스트레스가 아니라 회복 시간의 부족이다.”라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같은 인담자의 입장에서 스트레스 관리법을 소개합니다.

첫째, 내 감정에 귀 기울이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화가 났구나, 실수해서 마음이 상했구나, 실수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구나, 잘못한 것이 아닌데 억울하구나, 구성원들 1:1 대응이 힘들었구나, 다양한 요구에 지쳤구나, 잘하고 싶었구나!’ 같은 나의 감정을 인정합니다. 화내는 것이 당연하다거나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눌린 감정을 토닥여주는 것입니다. 감정은 바람입니다. 세찬 바람이 지나가고 평안해져야 해결의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둘째, ‘너는 나에게 상처 줄 수 없다.’라고 선언해 보세요. 사람에 대한 일을 하는 우리 인담자는 특히나 다른 사람 눈치를 보고 다른 사람이 준 상처를 곱씹지 말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의미 없는 말에서 ‘진의’를 찾느라 고민하면 안됩니다. 상대는 자신의 문제에만 집중하고 원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요구하는 것이지 나에게 상처주려고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정작 상처 준 상대는 전혀 모르는데 자신이 더 긁어서 상처를 키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상처받기를 선택하지 않으면 상대는 나에게 어떤 상처도 줄 수 없습니다.

 

아무쪼록 다른 사람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에게 부정적인 사람은 언제나 험담을 합니다. 침묵하면 무시한다고 헐뜯다가도 대답을 하면 말대답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적당히 하면 눈치 빠르다고, 일 처리가 완벽하면 재수 없다고 욕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성인군자가 아닙니다. 내가 모든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듯 나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드려야 합니다. 잘못했다면 인정하고 사과하면 됩니다. 다음에 더 잘하면 됩니다. 충고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겠지만 감정까지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 마음을 다치진 말아야 합니다. 어차피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판단을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지도 않습니다. 그것도 인정해야 합니다.

 

셋째, 숨을 크게 쉽니다. 몸은 통제하기 쉽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을 관리해야 합니다. 의도적으로 숨을 깊게 느긋하게 쉬고 어깨를 흔들어 긴장을 풉니다. 그러면 뇌는 ‘괜찮아졌네!’ 하며 흥분을 가라앉힙니다. 심호흡하며 천천히 걷는 것도 좋은데 걷기는 뇌의 해마 활동을 도와 스트레스를 잠재웁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들으며 조금 멀리 산책을 하는 것도, 무리하지 않게 몸이 편안한 상황이라고 느끼게 휴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점심시간에 나만의 산책 코스를 걷는 것을 적극 추천해 봅니다.

넷째, 마음이 아파도 몸이 아플 때와 같이 돌봐야 합니다. UCLA 심리학과 나오미 아이젠버그 교수는 심리적 고통을 겪는 피험자에게 타이레놀을 3주간 먹였더니 ACC(Anterior Cingulate Cortex)라는 신체적 고통, 통증을 처리하는 세포가 진정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말은 마음이 아플 때 진통제를 먹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심리적 고통이 있을 때 신체적 고통처럼 보살펴야 한다는 말입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시련으로 마음이 힘들면 푹 잔다거나 내 건강에 도움이 되었던 보양식을 먹으면 그것만으로도 회복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스트레스 자체가 아니라 회복 시간이 부족할 때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입니다. 정신력으로 버티라는 말은 무시해도 됩니다.

 

다섯째,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집중해서 보지 말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립니다.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이 있습니다. 아이에게 한 개의 마시멜로를 주고 10분간 먹지 않고 참으면 두 개를 주는 실험으로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 실험에는 인내심 이외의 숨어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실험 결과를 지켜보면 10분을 참아내기를 성공한 아이들은 비결이 있었습니다. 모두 마시멜로를 보고 있지 않고 의도적으로 다른 곳을 바라봤습니다. 자기 손을 만지작거리거나 천장을 보거나, 책상에서 일어나 돌아다닙니다. 사람은 스트레스 상황에 약합니다. 맞서 싸우지 말고 다른 곳에 신경을 분산해야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담자는 떠나야 합니다. 잠시 생각을 멈추고 여행이든, 책이든, 음악이든 친구들 속으로 떠나 보면 어떨까요?  머리 싸매고 있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여섯째,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편이 되어 주는 사람,  편하게 내 속을 보여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듣는 위로는 큰 힘이 됩니다. 힘들겠다고 손잡아주는 사람, 나 대신 분노해주는 사람,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주며 끝까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사람, 같이 아파하고 울어주는 사람을 만나 지지를 받으면 힘을 낼 수 있습니다. 함께 울면 따뜻함이 나를 치유하고 실컷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을 쏟아내면 시원해집니다. 그래서 인담자간 네트워크나 모임이 중요합니다. 줌으로, 랜선 회식도 괜찮습니다.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들과 대화만으로 우리는 위로받고 치유 받고 그 힘으로 다시 문제 해결의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라는 연대의 힘은 은근 강합니다.

 

일곱째, 시간이 해결한다는 것을 믿어 보세요. 무책임한 말이 아닙니다. 시간이 해결한다는 어른들의 지혜는 경험에서 알게 된 사실입니다. 시간은 모든 것을 치유합니다. 상황이 끝나면 한 달, 넉넉잡아도 석 달이면 마음의 상처가 아물기 시작합니다. 행복에 요요 현상이 있듯이 시련에도 요요 현상이 있습니다.  단 내가 벗어나겠다는,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한에서 가능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고통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것입니다. 끝난다는 것만 알아도 언제 끝나는지만 알아도 훨씬 버티기 쉬워집니다. 모든 일은 지나갑니다. 다들 힘든 일을 겪지만 모두 살아내고 있습니다. 버티고 시간을 보내는 것도 능력입니다. 아무리 극단적인 생각이 들더라도 3일만 더 기다려 보면 어떨까요!

 

‘좀 못해도 괜찮아!’라고 말할 때 공간이 생겨 더 잘하게 됩니다. ‘나는 잘하고 있다.’ 스스로를 응원하는 하루가 되길 응원드립니다.

우리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가 고갈된 것입니다. 인담자에겐 여유가 필요합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문제에서! 스트레스에서! 가끔은 일상을 벗어나 보길 권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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