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부자의 성장기 – 꽃꽂이와 시간관리

‘꽃꽂이를 배워봐야겠어.’

이런 저런 일들로 마음이 여유 없이 가난해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꽃 향기 속에서 우아하게 마음을 충전하는 제 모습을 상상하면서 꽃꽂이 취미 클래스를 신청했지요. 평소 같으면 늦잠을 잤을 토요일 아침, 어느 때보다 일찍 일어나 기대를 안고 부지런히 수업에 출석합니다.

첫 번째 배울 작품은 테이블 중앙을 장식하는 센터피스. 원형의 화병에 제 몫으로 주어진 꽃들을 동그랗게 꽂아 넣습니다. 사방에서 보아도 같은 원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길이를 잘 맞추고, 꽃들의 색이나 크기가 겹치지 않도록 조화를 이루며 작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필자가 작업한 센터피스

약 한시간에 걸쳐 이리저리 길이를 재고, 색을 맞춰 가면서 저의 첫 번째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선생님은 “처음인데 잘 하셨네요”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시고는, 몇 개의 꽃을 재배치하여 마무리를 도와주셨습니다. 그리곤 이런 말을 덧붙이셨죠. “너무 빽빽하게 꽂으면 나중에 꽃이 더 피었을 때 공간이 부족하게 돼요. 그러면 답답해 보이기도 하고 꽃들도 힘들어하지요.”

꽃은 예쁘니,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비어 있는 공간도 유난히 눈에 띄었기에 첫날 저는 저에게 주어진 꽃을 단 한 송이도 남기지 않고 모두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진짜 실력자는 높낮이를 달리 하던지 배치를 바꾸어 적은 꽃으로도 풍성하게 보이도록 하고, 나중에 꽃이 활짝 피어났을 때도 예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만약 사업으로 꽃을 다룬다고 해도 그 편이 원가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죠. 수업 횟수가 쌓이며 저도 몇 송이의 꽃을 남기는 요령을 터득하게 되었고, 남긴 꽃은 화장대 옆이나 화장실을 장식하는데 쓰곤 했습니다.

두 달 동안의 꽃꽂이 클래스에서 저는 ‘빼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작은 꽃송이는 과감하게 잘라 버리기도 하고, 크고 화려하지만 굳이 넣지 않아도 되겠다는 판단이 들면 그 꽃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신기하게도 꽃을 빼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저는 제 일정표와 마음에서도 몇 가지를 뺄 수 있었습니다. 토요일에 받던 클래스는 평일에 시간을 내어 옮기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시간을 확보해 책도 읽고 휴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난해진 마음은 꽃이 채워주는 게 아니라 여유로워진 시간이 채워주는 것이었습니다.

꽃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포인트!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리더가 되었을 때, 다른 부서에 가게 되었을 때,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되었을 때… 잘 하고 싶은 욕심에 알아야 할 것, 배워야 할 것, 해봐야 할 것들로 가득 채워진 시간을 살게 될 때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방학이면 그리던 일정표처럼, 의욕이 앞서 여러가지 할 일들로 동그라미를 꽉꽉 채우는 겁니다. 하지만 저와 여러분의 시간에 꽂혀진 꽃은 계속 피어납니다. 그 꽃이 가장 예쁘게 필 수 있도록, 주변에 빈 공간을 주어야 합니다. 혹은 정말 넣고 싶은 또 다른 꽃을 살짝 끼워 넣기 위해서라도요. 그 여유의 공간이 나를 숨 쉬게 하고, 선배의 조언과 노하우를 받아들이게 하고, 후배의 고민에 눈과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만듭니다. 뺐을 때 더해질 기회를 얻게 됩니다.

삼성경제연구소 시간관리연구팀에서 지은 「일, 성과, 시간관리」라는 책에서도, 의도적으로 따로 떼어 놓는 ‘투자’개념의 시간 관리를 통해 미래준비성 업무를 수행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미래준비성 업무란 자신의 강점을 찾아 개발하고, 후배를 육성하며, 상호 학습을 하는 등의 업무를 말합니다. ‘어떻게 시간을 쓰면 가장 효율이 좋을까’ 생각하면서, 더 채워넣기 보다는 뺄 것들을 고민하며 의도적으로 내 시간에 여유를 만들어 봅시다. 그리고 그 시간을 내 강점을 발견하고 후배를 육성하며 리더십을 키우는 시간으로 투자해 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의 시간이 아름답게 피어나길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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