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배운 리더십 : ①팀장의 ‘나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해줘’가 팀원을 불편하게 한다.

글로 배운 리더십.

 

자동차 대기업에서 인사팀장으로 근무했습니다.
딱딱한 기업 문화 속에서 뭐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책이나 강연에서 배운 것들을 무작정 팀에서 적용해봤습니다.
선무당처럼 시도하다가 많이 실패했지만, 그때마다 성장했습니다.
뾰족하진 않지만, 한번쯤은 시도해 볼만한 소소한 경험을 나누겠습니다.

1편. 규칙없음 : 팀장의 ‘나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해줘’가 팀원을 불편하게 한다.

 

대표님께
어제 그 회의실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대표님이 패티에게 하신 말씀은 상당히 모욕적이고 예의에 맞지 않아 보였습니다. (중략)
부디 저의 조언을 언짢게 받아들이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넷플릭스의 대표, 리드 헤이스팅스는 회사 구성원에게 받은 메일을 『규칙없음(No Rules Rules)』에 공개했다. 헤이스팅스가 회의석상에서 부하직원을 질책했던 날, 그 모습을 보고 구성원이 그에게 보낸 메일이다. 그는 넷플릭스에서는 리더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구성원들은 팀장에게만 피드백하는 게 아니라, 회사의 대표에게도 솔직한  피드백을 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헤이스팅스는 솔직한 피드백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단계로 ‘직원들이 상사에게 솔직하게 피드백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을 강조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하는 피드백’은 그 다음이다.

어서 빨리 넷플릭스처럼 솔직한 피드백을 통한 성장의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팀장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우리 팀이 넷플릭스처럼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팀원들을 불러 모아 놓고 설명했다.

“넷플릭스가 어쩌고 말이야, 헤이스팅스는 말이야, 이런 편지를 소개했지 뭐니, 넷플릭스가 성장하는 배경에는 그런 솔직한 문화가 있단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 팀도 팀장한테 솔직한 피드백을 해줬으면 좋겠어. 우리에게는 심리적 안정감이 있잖아. 그래야 우리가 같이 성장할 수 있지 않겠니?”

팀장을 맡은 지 얼마 안된 시기였기에, 우리 팀만큼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팀원들 대부분이 내가 팀장이 되기 전부터 함께 일하던 친구들이라 나와 케미도 좋다고 생각했다. 팀에 완전히 새로운 문화가 생길 것 같은 들뜬 마음이 생겼다. 보고를 받을 때마다, 회의를 할 때마다 나의 생각에 대한 피드백을 부탁했다.

“내 생각이 틀리거나 잘못된 것 같으면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줘. 그게 우리가 위대한 조직을 만드는 방법이야.”

내 들뜬 마음과 달리, 팀원들은 변화가 없었다. 아니 전혀 관심이 없다는 말이 맞을 정도였다. 그들은 내가 원하는 ‘솔직하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지 않았다. 팀장이 나서서 이렇게 하는데 왜 이야기를 하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섭섭한 마음도 들었다. 평소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잘 이야기하는 팀원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가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팀장님, 저희에게 계속 팀장님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하라고 하시는데, 팀장님도 못 하잖아요. 팀장님이 실장님에게 솔직한 피드백이나 의견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실 수 있나요? 저희는 못 봤어요. 팀장님하고 저희가 사이가 좋고 편하게 사적인 이야기할 수 있는 거랑, 상사에게 업무적인 사항에 대해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건 다르잖아요. “

부끄러웠다. 일상 업무에서 신뢰를 경험하지 못한 채 사내 포스터를 통해 ‘신뢰’라는 글자를 보게 되면 신뢰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는 말이 떠올랐다. 상사가 그 윗사람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주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갑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냉정한 피드백을 하라고 강요했을 때 얼마나 황당했을까. 내 공허한 말들이 ‘솔직한 피드백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팀원에게도 그런 피드백을 주기 싫게 만들었겠다는 반성을 하게 했다.

어설프게 시도한 ‘팀장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하는 문화’는 실현하지 못했지만 진실의 피드백을 들었다.

나는 더 이상 ‘나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해줘’ 라는 공허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대신 내가 직접 실천해보기 위해, 나의 상사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해보기로 했다. 그동안 팀원들과 겪은 상황에 대해서 상사에게 설명을 한 뒤, ‘솔직한 피드백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저도 실장님께 피드백을 드리는 연습을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막상 상사에게 솔직하고 냉정한 피드백을 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에게 내가 일의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보는 사람으로 보일까 걱정되었고, 내가 틀릴 수도 있는데 함부로 이야기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부담감도 생겼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보고 상황에서는 상사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부하는 보고하고, 상사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몇 마디 의견을 주는 상황이니 이에 대해 솔직한 피드백을 주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결국 방법을 바꿨다.

“김매니저가 이야기한 의견 훌륭한데!”
“이런 점은 어떻게 생각해?”
“내 생각에는 이런 것도 고려해야할 것 같은데, 어때?”

질문을 통해 팀장과 팀원이 동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주고받는 연습을 했다. 그제서야 작은 성공이라도 할 수 있었다. 팀장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멋진 통찰을 팀원의 대답을 통해 얻기도 했다.

리더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하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솔직한 피드백을 하자’는 ‘멋진 선언’이 아니라, 반복되고 짧은 호흡의 질문을 통한 ‘수고로움’이라는 걸 좌충우돌 끝에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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