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배운 리더십 : ② 회사에서 어설프게 OKR 시도하다 실패한 이야기

글로 배운 리더십.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자동차 대기업에서 인사팀장으로 근무했습니다.
제가 발 딛고 있는 조직을 최고의 조직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마음에
책이나 강연에서 배운 것들을 무작정 팀에서 적용해봤습니다.
선무당처럼 시도하다가 많이 실패했지만, 그때마다 성장했습니다.
혜안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한 번쯤 시도해 볼만한 소소한 경험을 나누겠습니다.

2편. 회사에서 어설프게 OKR 시도하다 실패한 이야기

 

실리콘밸리의 OKR에 꽂혀서 팀원들에게 관련 책을 사주며, 한번 읽어보라 했다. 일주일 후에 우리 팀에 도입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각자의 목표는 무엇인지 같이 이야기해보자고 덧붙였다. 인사팀이니 스터디도 할 겸, 구성원 개인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미팅을 하기 전에 팀원 몇 명에게 책을 잘 읽고 있는지 슬쩍 물었다.

“개인의 목표를 세워야 하는 건지, 팀의 목표를 세워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책을 못 쓴 건지, 번역이 이상한 건지 잘 읽히지 않아요.”
“구글이니까 가능하지, 한국에서는, 특히 제조업에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역시나 생각했던 반발들이 나왔다.

OKR, Objective & Key Results

OKR은 구글에서 사용하고 있는 목표관리 기법으로, 구글의 벤처 투자자 존 도어에 의해서 전파되어 실리콘밸리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에 존 도어의 책과 국내외 저자들의 OKR 관련 책이 소개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처음 OKR이라는 단어를 들은 건 오래 전 HR 관련 아티클이었던 듯 하다.  MBO를 대체할 HR 트렌드를 소개한 글이었을 것이다. OKR이라는 용어가 너무 익숙해져, ‘잘 모르면서도 아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사실은 이름만 접했을 뿐 오랫동안 제대로 모르고 지냈다.

부끄럽지만 OKR에 제대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회사에서의 필요성 때문이 아니었다. 개인적인 관심으로 재테크 강의를 들었는데, 강사가 ‘OKR이라는 구글의 목표관리 기법이 있는데, 개인에게도 도움이 되니 한번 읽어 보라’라고 해서 그 때 처음 ‘책 한번 읽어볼까’할 정도의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한참 후, 자기 계발 관련 책을 읽는데 또 OKR에 대한 소개가 나왔다. 역시나 개인의 목표수립과 실천에 도움이 된다고 읽기를 추천했다. 회사가 아닌 다른 경로로 추천을 받고 나니 한번 공부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HR 담당자가 공부해야 하는 제도이기도 하니 팀의 성과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존 도어의 ‘OKR, 전설적인 벤처투자자가 구글에 전해준 성공 방식’이라는 책을 읽고, 연이어 ‘구글이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 OKR’이라는 책을 읽었다.

      
(최근에 OKR&GROWTH, OKR 파워 등의 좋은 국내 서적이 나왔는데, 이 당시에는 아직 출간 전인 시점이었다)

 

왜 재테크 강사와 자기계발 책에서는 OKR을 추천했을까?
그리고 왜 나는 팀원들에게 OKR을 전파하려고 했을까?

OKR은 ‘실패할 가능성 50 대 50인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을 강조한다.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면서 더 크게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나에게 더 와닿는 것이 있었다. 바로 ‘미션을 정하는 것’이었다. 우리 조직의 미션을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고 싶었는데 어떻게 시작할 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OKR이라는 Tool을 같이 고민한다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글이나 파타고니아처럼 멋진 미션을 만들면,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일의 의미를 생각하고 몰입이 될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조직이나 개인의 미션을 생각해보는 것은 조직에서의 성과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 개인의 삶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자기 삶의 가슴뛰는 목표(O)를 그려보고, 이를 달성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KR)일지를 생각해보고, 목표에 맞는 구체적인 계획(alignment)을 세우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에 집중하는 것(focus)을 통해서 꾸준히 목표에 도전하도록 해준다. 더 솔직하게는 OKR을 통해 조직의 성과보다는 동료들이 삶의 목표를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시도해보고 싶었다.

제조업 대기업에서  전사적으로 OKR을 도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제도로서 OKR’을 도입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내가 몸담고 있는 팀에서라도 ‘OKR적인 요소와 문화’를 도입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OKR은 첫 시도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어쩌면 당신의 팀원들은 그 방식에 환멸을 느끼고
다시는 시도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구글이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 OKR 中]

결국 나도 실패했다. 그리고 ‘환멸’까지는 아니겠지만, ‘거봐요, 안되잖아요’ 정도의 눈치는 받았다. 실패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나의 어설픔이었다. 어설픈 시도와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반응과 장애물들을 남겨보겠다.

우선, 합의되지 않은, 리더 주도적인 변화 시도는 반감을 가지게 했다.
우리의 방식이 대부분 이런 식이다. 저를 포함해서 리더가 책에서 좋은 제도를 보고 해보자고 한다. 최근 VUCA, DX, Agile, Smart work, RPA, AI… 듣기만 해도 머리 아픈데, OKR 또한 그저 추가되는 새로운 것으로 인식되었던 것 같다. 구성원들은 ‘팀장님 또 Fancy한 것 보고 해보자고 하는구나, 어차피 또 저러다 말겠지’ 하고 느꼈을 것이고, 보기 좋게 저의 실패로 증명해냈다. OKR을 전면 도입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차근차근 했어야 했다.

둘째, 상위 조직의 목표와 연결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상위 조직에 목표가 없는데 우리끼리 만들어서 뭐해요? 회사의 미션도, 목표도 모르는데요’ 나는 우리팀에서 OKR을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라도 만들어보자고 했고, 실제로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우리의 미션이 상위조직에 Align되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셋째, 팀에 하나의 목표(Objective)와 사명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OKR에 대한 책에서 ‘단 하나의 목표’를 세워서 가볍게 시도해 볼 것을 강조한다. 당시 우리 팀은 기존 2개의 팀이 하나의 팀으로 합쳐져 있었다. 물리적으로는 한 팀이었지만, 화학적인 결합은 되어 있지 않았다. 두 기능을 통합해서 만든 목표와 사명은 두루뭉술해서 Key Result로 연결이 어려웠다. Key Result 서너 개를 만들었지만, 모든 팀원의 업무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목표에 소외되는 구성원이 발생했고, 이에 대해 설명이 어려웠다.

넷째, 많은 구성원이 OKR을 ‘평가의 도구’로 이해했다.
OKR은 실패할 가능성이 큰 도전적인 목표를 정해야 하기에 평가, 승진, 보상와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MBO, KPI에 너무나 익숙해진 상황에서는 이를 구분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럼 평가는 무엇으로 하나요’ 이 질문에 막연한 대답을 내놓을 뿐이었다.
마침 6개월짜리 TFT를 진행했는데 내가 TFT리더였고, ‘TFT에 OKR적인 요소를 도입해서 업무를 해보겠다’고 이야기했다. 이 말을 들은 TFT원이 보고서에 ‘TFT는 OKR을 수립하고, 이를 계량화해서 성과를 평가할 예정’이라고 적은 것을 발견했다. 아차 싶었다. 당장 보고서에 OKR이라는 단어를 빼라고 했다.

다섯째, 기획 업무에 적합하고, 루틴한 운영 업무 담당자에게는 맞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대부분의 팀은 기획성 업무보다는 운영 중심의 업무가 많다. 나의 팀원들이 루틴함과 단조로움에서 어떻게 하면 일에 의미를 느끼고, 자기 일의 영향력을 알 수 있을까 하는 바램이 있었다. OKR을 통해 ‘뭔가 가슴뛰는 목적’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반응은 냉랭했다. 일과 삶을 철저히 분리하고 싶어하고, ‘의미는 직장에서가 아니라 개인의 삶에서 찾는 것 아닌가’하는 태도에 적절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팀에서 OKR을 도입하지 못 하고 새로 시작하는 TFT에서 OKR적인 요소를 도입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나 스스로 운영적인 업무보다는 기획성 업무에 더 적합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기도 했다. TFT 멤버들과는 같이 책을 읽고, 프로젝트의 ‘가슴뛰는 목표’와 이를 증명할 KR에 대해 같이 논의했다. 매주 OKR점검 회의를 하며, 책에 나온 내용을 충실히 따라해보려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진행과정을 구체적으로 같이 공유하기도 하며 약간의 희망을 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결국 실패했다. 그 속에서 가슴 아프게도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를 확인했다.
TFT 목표 설정을 할 때, ‘과연 실패해도 될 만큼 과감한 목표를 세팅해도 되는가? 그게 아니라면 안정적인 목표를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 라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나 또한 실패는 두려웠지만 그래도 한 번 과감한 목표를 세워보자고 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프로젝트 후 파일롯 진행 중에 차질이 발생했다. 사실 OKR 진행과 상관없이 프로젝트 자체가 가지는 근원적인 문제로 인한 것이었지만,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윗 분들은 빨리 문제를 수습하기를 바랬다. 매일매일 문제가 터지는데 이제 더이상 ‘도전적이고 가슴뛰는 목표’가 중요하지 않았다. ‘오늘 하루 문제 없이 지나가는 것이 목표’가 되고 말았다.
‘일이나 제대로 하지, 무슨 OKR을 한답시고’ 하며 빈정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실패로 잔뜩 위축된 TFT원들에게 더이상 ‘실패해도 좋으니 큰 목표를 잡아 보자’ 고 할 수 없었다. 그 후로 OKR을 더 이상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

행복한 가정은 다 똑같다.
반면 그렇지 못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원인으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리나  中]

어설픈 시도해서 실패한 경험이지만, OKR을 시도하실 분들에게 도움되고자 글을 남겨 본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처럼, 실패한 이유를  찾자니 많아졌다. 부끄러움도 부끄러움이지만, 어설프게 시도한 팀장 때문에 구성원들이 OKR이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지는 않았을까 반성이 되기도 한다.

다음에도 OKR을 시도하겠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반드시’ 이다.
껍데기가 OKR이든 다른 표현이든 중요하지 않다.  실리콘밸리와 한국의 일부 스타트업이 사용하는 OKR과 애자일한 제도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이것은 분명한 진화의 방향이다. 언젠가 가야할 길이라면 미리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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