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있고 역동적인 온보딩 설계하기: [2] 우리 회사에 온보딩이 정말 필요한가요?

1. 호기로운 ENFP형 인사담당자의 이야기

 

나는야 호기로운 ENFP형 인사담당자! 보수적인 분위기였던 전 직장을 뒤로하고 학수고대하던 스타트업으로 이직에 성공하였고, 이 회사의 1호 인사담당자로서 마치 1년같은 1주가 지나갔다. (지난 이야기는 이 링크에서 확인해 보세요.)

입사 첫 날 겪었던 상황, 그리고 웰컴키트 예산이 없다는 논리팍팍 INTP형 대표님의 청천벽력 같은 말. 이 모든 것들도 바로 1년 전… 아,아니 1주일 전 이야기가 되었다. 지난 1주일 동안 나는 ‘그래도 뭔가 있겠지.. 그래도 이런 건 있을거야.. 적어도 이 정도는 있겠지..’와 같은 모든 자그마한 환상을 다 버릴 수 있었고, 이제 더 이상 “그런건 없어요”라는 소리에 동공이 흔들리는 내가 아니게 되었다. 

‘그래, 스타트업에 왔으니 모든 것들을 새로이 스타트(Start) 업(Up) 시켜야 하는 것도 내 몫일거야. 그래도 전 회사처럼 불필요하게 형식적인 일들도 안해도 되고, 대표님과도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고, 없는 건 모두 만들면 되는 것 뿐이니 그게 어디야?’ 이러한 마음가짐과 함께, 입사 첫 날 논리팍팍 INTP형 대표님과 이야기 했던 신규입사자 온보딩 프로그램부터 만들기로 했다. 전 회사의 온보딩 프로그램과 비슷하게 만들면 되겠지 싶어, 이제 막 사용 방법을 조금 익힌 노션(Notion)에 ‘온보딩’ 페이지를 만들어 막힘없이 적어 나갔다. 입사 전 프리보딩 부터 입사 후 3개월 까지의 기간 동안 있어야 하는 모든 프로세스와 현재 우리 회사에 없는 부분, 그 중에서 당장 도입해야 하는 우선순위 높은 부분에 덧붙여 다른 회사들에서 어떻게 하는지 참고할 수 있는 벤치마킹 예시도 추가 완료. 그리고 논리팍팍 INTP형 대표님에게 바로 공유. 하하, 스타트업에서의 스피드란 이런 것 아니겠어! 

“논리팍팍 INTP형 대표님, 입사 첫 날 말씀드린 온보딩 프로그램 초안입니다. 이 노션 페이지에서 바로 보실 수 있어요. 읽어 보시고 피드백 부탁 드립니다.”  

대각선 앞에 앉아 있던 논리팍팍 INTP형 대표님이 내 메시지를 읽은 듯 하다. 그리고 약간의 언짢음이 얼굴 표정에 나타나는 것 처럼 보이더니, 바로 답 메시지를 주었다. 

“호기로운 ENFP형 인사담당자님, 잠깐 회의실에서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따라 들어간 회의실에서 논리팍팍 INTP형 대표님이 화이트보드에 ‘온보딩’이라는 단어를 큼지막하게 쓴다. 전 회사에서 화이트보드는 장식품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스타트업에 오니 진짜 쓰는구나 라는 잡생각이 얼핏 스치던 그 순간..

“우리 회사에 맞는 온보딩 프로그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두둥…청천벽력…! ‘아니, 내가 첫날부터 온보딩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했고 노션으로도 자세하게 작성해서 공유했는데, 제대로 읽은 것 맞아?’ 라는 생각과 함께 다시 나의 동공이 점점 흔들리기 시작한다. 

 

2. 우리 회사에 온보딩이 정말 있어야 할까? 

 

논리팍팍 INTP형 대표님을 만나 고전하는 호기로운 ENFP형 인사담당자의 이야기, 어떻게 느껴지셨나요? 지난 편에 이어 이 이야기 역시 저의 직·간접적 경험, 주변의 인사담당자 분들과 이야기 나누었던 내용을 묶어서 각색해 본 내용인데요. 위 이야기 중 우리가 집중해 보아야 하는 키워드는 바로 ‘우리 회사’라는 단어입니다.

저 역시 인사담당자로서 너무나 당연하게, 회사엔 보통 신규입사자가 있고 그들이 이 회사라는 ‘배’에 잘 ‘승선(On-board)’하기 위해서는 온보딩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다만 여기에 빠져 있는 한가지 키워드가 바로 ‘우리 회사’였습니다. 모든 회사에서는 각기 다른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이에 따른 직원 구성 그리고 문화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그림, 다양한 사이즈의 퍼즐 작품을 구성하는 작은 조각들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띠고 있듯이 말입니다. 

Image by rawpixel.com on Freepik

 

“우리 회사는 작기도 하고 사업도 안정적이라서 3~4년에 1명 입사할까 말까 해. 나가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나도 벌써 10년째 거의 같은 사람들과 일하고 있지. 다 함께 나이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오랜만에 만난 대학교 선배에게서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입퇴사가 빈번한 스타트업에 있는 저에게는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죠. ‘저런 회사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선배에게 되물었습니다. 

“그럼 거긴 입사자가 오면 어떻게 온보딩해요? 간단히 말하면 입사자 적응을 위한 프로그램 같은거요. 입문 교육 같은 것일수도 있고..” 

“아, 너무 오래되서 잘 기억은 안나는데.. 새로운 사람이 온다는 게 우리 회사에선 정말 가끔 있는 큰 이벤트거든. 그래서 다들 관심도 많고 어떻게든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려고 해. 큰 변동이 없는 롱텀 비즈니스라 천천히 하나씩 익히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딱히 무슨 프로그램 같은 게 필요한가 싶네.” 

이 말을 듣고 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지난 회사생활 동안 너무나도 당연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온보딩 프로그램이 선배 회사와 같은 곳에서는 따로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내가 너무 형식에만 사로잡혀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과연 내가 있는 조직에 온보딩 프로그램이 정말 필요한 것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던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이야기에서 말씀드렸던 ‘진정성’과 ‘역동’이 있는 온보딩에 대한 고민을 하기 전에, 우리가 가장 먼저 생각해 봐야 하는 주제는 ‘우리 회사에 온보딩이 정말 있어야 하는지, 있어야 한다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우리 회사’라는 키워드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3. 진정성있고 역동적인 온보딩 설계 1단계: 우리 회사에 대해 떠올려 보기

 

진정성있고 역동적인 온보딩을 설계하기 위한 맨 첫 단계는, ‘우리 회사’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남들이 모두 하니까. 트렌디해 보이니까. 다른 회사 대비 뒤쳐지지 말아야 하니까. 인사 업무에서 이 정도는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니까.’와 같은 생각에서가 아니라, 우리 회사가 처해 있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어떤 수준의 온보딩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인지를 먼저 정의하는 단계이지요.  

위에서 말씀 드린 대학 선배의 회사와 같은 환경이라면 어쩌면 굳이 온보딩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서로 챙겨주는 따뜻한 문화가 자리잡힌 작은 조직이기도 하고, 온보딩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해도 언제 입사자가 생길 지 모르기 때문에 실제로 그 때 상황에는 별로 맞지 않는 ‘Out-dated’ 된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어, 굳이 명문화된 프로그램을 미리 만드는 것에 대한 필요도가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 회사의 인사담당자는 다른 업무에 더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일할 수 있겠지요. 

Image by pch.vector on Freepik

 

하지만 여러분이 속한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위 회사와는 달리 어느 정도의 입퇴사가 있을 것이고, 그들이 잘 안착하도록 돕는 온보딩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실 텐데요. 그렇다면 우리 회사가 처해 있는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정의하면 좋을까요? 다른 회사에서의 예시를 통해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외국계기업 A회사에서 주로 채용이 많았던 직무는 ‘고객응대(CS) 담당자’로 교대근무가 있는 포지션이었습니다. 다른 직무에서는 입퇴사가 거의 없는 안정적인 조직이었지만, 유독 이 직무에서 퇴사율이 꽤 높았고 그 중에서도 입사 후 1년 내 퇴사율이 꽤 높게 나타났습니다. 회사 내 인원 비중이 제일 많고 사업 운영의 핵심이 되는 직무였기에 전담 교육 강사뿐 아니라 나름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다방면으로 이 문제상황에 대해 파악한 결과, 해당 직무 입사자 분들의 온보딩에 있어 가장 필요한 요소는 ‘감정적인 터치와 인간적인 교류’ 였음을 확인했습니다. 교대근무로 인해 팀원들과 함께 만나 어울릴 기회가 거의 없고, 본인 직무 외 다른 부서와의 교류는 더욱이 없으며, 고객응대 업무에 있어 실수가 없어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다른 직원들과의 경쟁의식까지 더해지다 보니 초기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입니다. 

대기업 B회사에서는 코로나 전까지 매년 정기 공개채용을 통해 신입 직원들을 대거 채용했습니다. 입사 시 단체로 1개월 간 연수원에서 함께 생활하며 회사와 사업에 대한 이해, 사내 업무시스템 실습, 기본 소양을 갖추는 교육 뿐 아니라 본사와 지방사무소, 해외지사 등 다양한 사업장 그리고 영업직/사무직/기술직 등 다양한 직무의 입사동기들과도 관계를 끈끈하게 다질 수 있었죠.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사업 성장이 주춤하면서 신입 정기채용 보다는 경력 수시채용으로 방향성이 전환되었고, 대면으로 진행하는 집단 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에 온보딩 역시 빠르게 전환하여 비대면으로 간단한 업무적응을 위한 1 day 세션을 도입하였지만, 전체 직무 및 전체 사업장에 걸쳐 수시채용한 경력직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빈번하게 퇴사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그 원인으로써 처음엔 ‘입사동기도 없고 대면 연수프로그램도 갑자기 사라지다 보니 끈끈함이 부족해서’라고 예상했지만, 여러 조사를 통해 확인해 보니 그들의 가장 큰 주요 퇴사사유는 ‘이 회사에서의 업무 시스템과 프로세스에 대해 파악하기가 너무 힘들다’였습니다. 보통이었다면 1달이면 적응했을 부분임에도 3달이 다 되도록 적응을 못하다보니, 본인이 성과를 내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파악하고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케이스가 많았던 것입니다. 

이 두 회사에서의 사례만 보아도 어떻게 온보딩을 설계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이 확연히 다르다고 생각되지 않으신가요? 그리고 각 회사만의 상황이 반영된 온보딩을 기획할 때, 훨씬 더 진정성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으신가요?   

진정성있고 역동적인 온보딩 설계의 첫 단계로써, 아래 항목들을 바탕으로 ‘우리 회사’의 모습에 대해 떠올려보고 객관적으로 이해해 보는 기회를 가져 보시기를 권장 드립니다. 

  • 연간 채용 인원은 몇 명이나 되는지
  • 우리 회사 전체 사업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 주로 어느 직무에서 채용을 많이 하는지
  • 각 직무별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는 어떤지
  • 신입채용이 많은지 경력직 채용이 많은지
  • 정기 공개채용 형태인지, 수시채용 형태인지
  • (특히 1년 내) 퇴사율은 얼마나 되고, 주요 퇴사사유는 무엇인지
  • 입사자들이 겪는 고충은 무엇인지

 

4. 마치며

 

이번 편에서는 진정성있고 역동적인 온보딩 설계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에 대한 저의 생각을 공유해 드렸는데요, 다음 아티클에서는 그 다음으로 해야 할 단계들에 대해 저만의 경험과 팁들을 더 많이 공유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구성원에게 더 나은 경험 제공을 위해 항상 고민하는 모든 회사의 인사담당자 분들을 늘 응원합니다!

**(깨알 홍보) 온보딩 설계 혹은 개선을 조금 더 시급하게 해야 하는 상황이시라면 본 과정도 참고해 보세요! 

 

(+) 그 외 잡담

인사 업무를 해오면서 커뮤니티나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인사담당자 분들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아왔습니다. 그만큼 하나의 커뮤니티에 속해서 네트워킹을 한다는 것은 참 오묘한 감정이 들게 하면서, 커리어를 이어가는 데에도 커다란 받침돌이 됩니다. 삶에서 힘들 땐 서로 지지해가면서, 모두가 각자의 커리어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조라고 할까요? 

많이 부족하지만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면 편하게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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